90년대 초반 거품처럼 들끓던 논의는 이제 끝났다.

어느 누구도 더이상 대학문화를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

한때 찬란했던 대학문화는 이제 때늦은 회상이자 과거의 영광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와 함께 대학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대학의 문예패들 역시 우리들에게서 조금식 잊혀져 가고 있다.

대학문화, 그 선봉에 선 대학의 문예패들, 대학문화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지금, 그들은 어떤 길을 걷고 있으며 어떤 길을 걸으려 하고 있을까? 대치로 7,80년대에 설립된 문예패들은 80년대를 맞으며 자연스럽게 운동성을 핵심으로 그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노래패는 민중가요로 탈패는 마당극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 달패`하날다래"의 현대중공업 파업 이야기를 다룬 마당극 <흩어지면 죽는다>처럼 80년대 문예패의 소재는 주로 공안당국의 탄압과 그에 대항하는 저항세력의 대립이었다.

80년대 저항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대학에서 그 흐름을 일궈내는 문예패에 대한 호응은 클 수밖에 없었다.

집암잔치라는 자조적인 말로 공연의 상황을 설명하는 현재에 비해 2~3천명의 관람객이 모이는 것이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던 80년대는 문예패의 전성기로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러한 영향으로 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문예패는 80년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의 휘장인 오선격양(의직.4)은 "새니기들이 탈을 찾는 주된 이유는 우리 것을 알고 싶다는 것"이라며 탈내에서의 공동체적 유대감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는 곧 정체성과 유통 모두를 운동성에 뒀던 문예패가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나타낸다.

연습장소가 없어 악기를 매고 학교의 외진 곳과 한강을 찾아햐 하는 풍물패들과 사비를 털어 드럼을 사야하는 노래패들, 달라지는 구성원들의 성향과 상호소통의 어려움....안팎으로 닥쳐오는 문제들로 문예패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강습소로 혹은 동호회로 혹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정체성의 문제에서 구성원 상호간의 문제, 실질적 활동에서의 문제등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문제점들은 문예패들로 하여금 새로운 문예운동의 모색을 재촉하고 있다.

각 패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한계성의 극복과 새로운 정체성의 모색과정에서 확실한 대안없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예패들은 대체로 두가지 기로에 서있다.

그 첫째는 과거의 문예형태를 벗어나 보다 새롭고 개별적인 형태를 지향해 나가는 것, 둘째는 계속적으로 문예운동을 표방하며 길찾기를 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차이는 중앙동아리`액맥이"회장 이유진양(처철학.3)이 "풍물을 운동의 도구로 생각햇던 7,80년대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풍물이 가진 순수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말과 `한소리"회장 강혜미양 (특교.3)의 "현재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고는 있지만 원론적 기반 없이 변해가는 대로 그냥 둘수는 없다"는 의견에서도 드러난다.

즉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각 영역별 순수성에 주목하여 전문성을 추구하거나 그에 앞서 원론적 기반 마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성의 추구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눔예패가 일종의 강습소로 전략할 수도 있다는 점과 무엇을 원론적 기반으로 둘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이워지지 못한다면 여전히 혼란을 겼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입장에 서건 대다수의 문예패가 현재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는 점과일정정도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정하면서도 어떤 변화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극복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는 변화의 인정없이 80년대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 만큼이나 무조건적 부정도 거부돼야 한다는 것이다.

80년대 문예패가 수용했던 사회적인 고민은 현재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문예패의 참된 정체성은 대중과의 교류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공연에서 관객은 감동을 느끼며 공감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합의를 통한 원칙아래 다양한 실험과 적극적 자세로 학우대중과의 만남을 확대해야 하며, 공연 내용에 있어서도 패내 문제를 넘어서는 폭넓은 문제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는 문제제기만을 거듭하는 유보의 자세에서 벗어나 어떤 식으로건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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