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일본문화개방 문제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일본문화개방 문제에 대한 의견대립은 별다른 해결책 없이 오랫동안 팽팽한 평행선을 유지하면서 이어져왔고 그로인해 많은 국민들이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논란을 의례적인 행사로 여기게 됐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이전하고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이 조기개방 방침을 밝히는 등 일본문화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정부의 입장이다.

이외에도 올해안안 일본문화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면서 그에대해 준비하는 언론이나 문화계의 움직임, 이전에 비해 반대의 강도가 상당히 수그러든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반대입장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하며 정부도 외교적 실리보다는 일본문화개방이 갖는 의의와 파장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는 21세기를 맞이하는 우리사회의 성국을 알리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가지 일본문화개방에 대해 보여왔던 주장들을 보면 냉철한 이성보다는 격한 감정에 휩싸인 점들을 많이 볼 수 있고, 그것은 곧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지닌 불안감의 반영이엇다.

그런 점에서 최근 보이는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적극적 움직임은 우리사회에 일본문화개방을 받아들일 여건이 성국되어감을 보여주며 일본문화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 나아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본문화개방 문제는 한일관계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식민지 지배를 경험했다.

이 역사적 경험은 1945년 해방을 통해 외형적으로는 해소됐지만 내면적으로는 양국관계에 커다란 자취를 남기면서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식민지 지배의 대상이었던 우리에게 있어 역사적 경험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식민지 잔재의 처리를 통한 민족 정체성의 복원을 시도했다.

우리의 일본문화에 대한 정책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의 강력한 반일 정책 속에서 태동한 일본문화금지정책이 1965년 양국의 관계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돼 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민족 정체성의 복원이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일본문화금지 정책은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정체성 회복에 걸림돌로 변화햇다.

한일관계정상화 이후 일본문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우리사회가 가진 일본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즉 윌는 현실적으로 일본과 깊은 정치, 경제, 문화적 관계를 맺으면서도 이러한 관계를 부정하는 태도를 취해왓다.

특히 문화적으로 볼 때 일본문화가 우리사회에 이미 상당 정도 유입됐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본과의 현실적 관계를 부정하는 이데올로기로 일본문화의 공식 수입 거부를 이용해 왓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일본문화에 대한 입징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이중성을 대변하고 있다.

일본문화개방은 이러한 이중성의 극복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박연한 불안감은 우리의 정체성의 미성숙을 반영한 면이 강하다.

일본문화개방 반대론에는 일본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반대론을 보면 경제선진국인 일본이 문화적으로도 우리보다 훨씬 우월하며 일본문화의 개방은 곧 우리가 문화적으로 일본문화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문화의 금지가 우리의 문화적 자주성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일본문화금지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본문화가 그것도 저급한 대중문화가 우리사회에 침투하고 있음을 보고 잇다.

다시 말해 이누이적인 금지정책은 문화적 자주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은 문화적 자주성을 지키는 길이 외래문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진정한 문화적 독립의 지름길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문화개방은 우리가 가진 이중서의 극복과 주체적으로 일본문화를 대하는출발점이 도니다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본문화개방 움직임이 진지한 논의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외교적 실리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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