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하늘높이 아름답게 인지는 몰라도..."라는 강산에의 노래는 약하나마 노래가사 한 번 잘못Gㅡ면 된통 난리를 겪어야 하는 우리 나라에서 어느정도 `개는" 노래였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태극기"가 가사에 나오는 노래를 이렇게 막 불러도 된단 말인가?)쇼 비지니스의 논리를 철저히 따르던 DJ.DOC조차 `우리나라 민주 국가 맞나요?"라고 노래 할 땐 `엇!!!"하며 불현듯 뒤통수 한대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DJ.DOC은 클린버전을 내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80년대 운동권 가요에서나 나왔을 법한 말들이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불려지기 시작할 무렵의 놀라움을 넘어, `일탈", `반항" ,`자유" , 신지어 `저항"이 단골메뉴가 되고, 그러다 못해 심지어 레코드업계의 주력 상품이 되다시피했던 것은 불과 반년 전의 일이다.

물론 지금도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해보자는 자우림의 노래가 있지만 분위기는 몇 개월 사이에 확실히 달라졌다.

신세대 노쟁을 기점으로, 그리고 대중음악계의 신화가 되어버린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에 힘입어,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정한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삐딱하고 그래서 건강했던 (혹자들은 `배부르니가 하는 짓"으로 일축했던)노래들은 뒷전으로 사라지고 대신 OPPA가 `애국심"이란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 지금이기 때문이다.

(댄스밴드가 노래하는 애국심?)`젊은 노래=일탈, 신세대=반항"이라는 90년대의 등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눈?지금 우리에게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일탈은 애국에 그 뒷자리를 내주어햐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돈이 없어 하는 애국이라지만, 지금 우리의 애국은 너무 구차하거나 시대학오적이다.

잘먹던 콜라를 마시지 말자는 광고에다, 우리는 기억할 수도 없는 70년대의 권투선수, 홍수환의 챔피언등극전이 여기저기 등장하며 다시 일어서는 한구을 강조한다.

그리고 역시 현재의 위기는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기 마련인지, 터치터치002광고와 라거 맥주광고는 완전히 60년대 분위기로 돌아섰다.

(물론 터치터치 002광고는 일본 광고를 그대로 갖다 베낀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신세대들의 트레이드 마크이다시피했던 이스트팩배낭이 태극기를 부착한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금 모으기, 다이아몬드 모으기, 심지어 공무원들의 피 모으기 운동도 있었다.

이들이 제시하는 애국은 `어떻게?"라는 방법론에 잇어 너무도 협소하고 무지하다.

우리의 애국은 너무도 쉽고 너무도 간단하고 너무도 근시안적이고 단지 상품 경제의 일면적 안정, 사고파는 논리 하나에만 집중되어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 단 한마디만이 우리의 애국을 대변한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의 애국은 그래 왔다.

그게 문제다.

어떤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사건의 전모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그 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우선 심정적으로 냄비끓듯 한 번 분노하고 그 다음은 `뭉치기" 이데올로기에 너무도 쉽게 자신을 저당잡히는 우리의 대국은 결국 애국이 아닌 `애족", 민족의 `자긍심"과 이상하게 오버랩되어, 차라리 국수주의에 그 한 자락을 대고 있지만 정말 이것이 우리의 애국심인가, 정말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애국의 전부인가라고 반문하는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항상 국가의 논리와 민족의 논리를 혼동한다.

이런 식으로 매번 반복되는 애국의 열기가 되려 공포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렇게 위기를 실감하는 것이 경제 위기, 내 주머니에 돈이 비고 내가 먹을 밥을 벌 수 없게 괴었기 때문이라는 데 있고 그 절박성 앞에서 우리는 앞, 뒤, 옆을 돌아보기 보다는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앞으로 전진"만을 하기 때문이다.

그게 `민족의 힘"이란 것이었지만 앞으로 열심히 진전한 우리는, 그러나 언제나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우리의 사회는 어쩌면 언제나 그렇게도 많은 위기 속에서 근대이후의 시간들을 보내왔지만 경제의 위기가 아닌 철학 부재의 위기, 정치보재의 위기, 문화부재의 위기는 한번도 제대로 인식되어 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근원적 위기에 대한 불감증, 무지가 언제나 우리가 위기를 돌파하지 못하는, 앞으로 전진했지만 언제나 그 자리로 돌아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이런 철학, 문화, 인문학적 바탕의 부재가 지금의 위기를 더욱 위기스럽게 하는 것은 아닌가 반드시 반문해봐야만 한다.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우리는 지금의 경제 위기가 재벌의 위기, 정권의 위기가 아닌 정작 우리 자신의 실업과 감봉의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봉사하고 누군가에게 헌신할, 자신을 버릴 자세가 이미 되어 있다.

우리가 욕하고 우리가 개선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이미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어버린 위기 공포, 전시 상황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인지 일사불란한 문화에 깊이 침윤된 우리는 위기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고 그래서 정작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불러온 효과는 진정한(!)현실적 애국심의 상실과 애국심의 상품화의 결과뿐이다.

지금 위기, 그리고 애국을 말하는 주체들이 정부 권력, 방송 권력, 장사치들의 얄팍한 상술뿐이라는 것, 그리고 거기에 호응하는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열기란 역겹다.

이 말은 실업대책 부재에 대해 그리고 정리해고제 반대에 대해 누군가 들고 일어났을 때 돌팔매질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말이기도 하다.

위기 속에서 하나의 정답만이 통용되고 그것이 애국으로 둔갑하는 사회는 경찰국가 사회다.

말하자면 OPPA는 `애국심"이라는 노래보다는 차라리 `We are the Future"를 부르는 편을 선택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OPPA가 속한 기획사 보다는 이수만-H.O.T매니저-쪽이 훨씬 영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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