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여성의 나체를 본적이 있는가? 1월 중순 여성위원회는 여성의 누드를 이용한 ‘이사벨’벽면 광고에 대해 여성의 상품화와 대상화를 문제로 철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목적없이 길을 걸을 때, 생각없이 TV를 틀었을 때 혹은 심심풀이로 잡지나 신문을 뒤적일 때…. 의식을 하고 있건 그렇지 못하건 간에 우리는 이렇듯 삶의 순간순간에도 이미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이사벨 공고를 통해 누드를 이용한 광고가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 상점의 벽을 버젓이 채울 수 있을 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것과 그런만큼 눈길끌기로만 말하자면 이미 단순한 누드로는 부족한 시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패션잡지 드응ㄹ 뒤적이면 너무나 쉽게 오랄섹스나 자위행위 등 성적인 면을 강조하는 광고나 환각상태에 빠진 청소년들·다운증후군 환자 등을 이용한 충격적인 광고를 접할 수 있다.

물론 충격적이고 혐오스럽기도 한, 그리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광고 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80년대에 , 독일에서는 익스프레셔니즘이 대두면서 나타난 VV(violent and vulgar : 폭력적이고 저속한)예술에서도 접시에 올려진 죽은 사람의 머리·여인의 얼굴에 성기를 드리운 게이·얼굴을 가린 기형아 등 기존의 미관념에 위배되는 충격적인 소재를 선택하고 있다.

최재은 교수(명지대 산업디자인과)는 “새로운 주제나 표현방식을 택함으로써 새로운 미를 찾을 수 있다”며 VV예술의 의미를 설명했다.

새로운 미를 찾는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미의 개념 역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며 허구일 수 있다’는 것을 기본으로 한 키취의 미학과 그 맥을 같이한다.

미라는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보면 폭력적이거나 조속한 것, 상식적으로는 혐오스러운 것 역시 얼마든지 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VV예술처럼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광고는 외국의 의류업체 베네통의 광고로 유명하지만 작년부터 국내 의류업체인 잠뱅이에서도 이와 같은 광고를 하고 있다.

어린 소녀의 낙태와 청소년들의 부탄가스 흡입장면을 광고로 이요해 물의를 빚었던 잠뱅이 광고에 대해 디자이너 송은희씨는 “말로만 표현되 막연하게 느껴지던 것을 사실적인 이미지로 드러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져가는 청소년 문제를 이슈화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순수예술과 달리 일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광고에 대해 윤희중교수(신문방송학과)는 “광고의 1차적인 목적이 눈길을 끌어 소비량을 늘리는 것인 만큼 광고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자하며 그럴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즉,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우는 광고는 항상 우리주변에 존재하며 끊임없이 보여짐으로써 우리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그러나 사회적 문제의 이슈와 같은 기획의도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상품의 판매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광고의 이러한 상업성을 이유로 광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차피 광고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상업성은 광고의 존재이유다.

터출판서 손자희씨는 “이미 광고의 존재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시기”라며 “광고가 제시하고 이끌어온 담론을 역으로 파고들어 우리들 자신을 매개로 광고를 재구성해야한다”고 말한다.

결국 광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우리들의 몫으로 남는다.

충격적인 광고에 대해 무조건 혐오감을 표시할 필요는 없다.

두려워할수록 커지는 괴물처럼 반감을 표시하면 더할수록 그렇나 광고들은 오히려 더욱 급격히 늘어난 것이며, 그에 앞서 광고는 우리시대의 새로운 미학이고 이미지 전달이라는 나름의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광고는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와 그를 통해 광고를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의 열쇠는 우리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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