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종상 시상식을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여우 주연상은 심혜진이, 남우주연상은 한석규가, 그리고 이들이 출연한 영화를 중심으로 몇몇의 영화가 각 부문의 사을 나눠가졌다.

모르긴 하지만 남자배우쪽에선 박중훈·안성기·최민수·한석규가, 여자배우부문에선 심혜진의 독주 가운데 강수연이니 심은하, 기타등등의 배우들이 당분간 돌아가며 대종상의 주인공 역할을 독점할것이고 거금 천만우너의 상금도 그들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 또 누가 가능하겠는가? 또 하나의 박중훈·한석규가 되지 않는 한, 충무로와 대기업이 자본을 대는 극 영화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는그 누가 대종상 시상식의 후보라도 될 수 있겠는가말이다.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한 해의 한국 영화를 총정리하고 각 부분마다 조명을 비추어주며 격려하고 질타하는, 활발한 토론의 장으로서 기능해야할 대종상 시상식은 흥행을 목표로 제작되는 ‘상업 극영화’만을 한국영화로 인정한다.

영화는 대중문화예술 시대 그것도 멀티미디어 시가군화 시대의 중심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립영상원을 만들어 쥬라기공원같은 흥행대작-현대 자동차 1년 수출액을 능가할-을 우리도 만들어 보리라 기대를 하는 것이겠지만 결론부터 말해 그것은 불가능하다.

극소수의 스타들과 실패하지 않을 몇 개의 고정 장르, 손해보지 않으려는 제작자라는 3박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언제나 경제적 안전을 최종 목표로 삼아 제작되는 한국영화는 언제나 제자리 걸음이다.

왜냐면 이런 영화판 내에서는 어떤 실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자본과 상업제작자가 실험할리는 없다.

그러나 적은 돈으로 자신의 욕구에 기반해 새로운 내용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ㅎ려는 창조주체들은 언제나 휘진 어두운 곳에서 당장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애초에 ‘불가능’에 대한 억압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며 변변한 개봉관하나 잡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자신의 작품이 골방에 결국 쳐박히게 될 때 이들은 충무로 시스템의 하급직으로 투항해 들어가거나 안면 다른 진로를 모색하게 될 뿐이다.

실험하고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대종상은 이런 기운들을 무대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천만원이라는거금이 억대 출연료를 자랑하는 배우들에게 다시 편중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실험 영화 제작지원비를 늘려야 한다.

그것이 한국 영화가 살고 대종상도 발전하는 길이 아닐까? 대종상에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저자본 독립영화 부문이 없다.

푸른 영상, 보임, 노동자 뉴스단의 활동이 대종상 시상식장에 거론되어야 하며 변영주 감독과 타 무명의 애니매이션 감독들의 작품이 상영돼야 한다.

영화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대중예술이다.

오락이나 유흥이나 산업이 아니다.

말로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말하지만 정작 영화발전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은 대종상 자신일지 모른다.

한국영화는 여전히 위기이며 그 위기는 더 많은 관객과 더 많은 영화제작수로 타개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과 소통하는 다양한 장르와 내용의 것들이 생산되고 극장에 걸리고 사람들이 보고 토론하고 상을 주고 받을 수잇늘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영화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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