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까지의 수많은 옷가게 와 카페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헤치고 찾아간 곳, 환한 게이지톤의 아늑함, 그리고 여자들의 편안한 웃음소리. 여성들의 클럽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자가 찾은 곳은 지난 13일(수) 문을 연 페미니스트 카페 ‘고마’. ‘고마’는 단국건국 이전, 부족국가 시절 모계제 사회이자 곰을 섬기던 부족의 부족신을 뜻한다.

현대여성들은 부족시대같은 모계제 사회가 아니라 수많은 제약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가부장적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경제적 부분을 해결함으로써 서로의 장로운 생활을 도와주자’는 제안을 출발점으로, 본교 여성학과에서 만난 이숙경씨(대학원 여성학과·93년졸). 이 세사람이 힘을 모았다.

이들이 지금 가부장적 사회속에서 잊혀졌던 태모신 ‘고마’를 상기시키는 이유는 뭘까? 여자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차린 카페는 많겟지만, 운영하면서 생기는 아이 돌보기 등의 어려움을 같이 풀고 수익의 일부를 여성단체에 기여할 계획을 세우는 등 서로의 가정적 부분과 페미니즘 실천을 함께 어우르는‘공동체’는 ‘고마’가 국내 처음이다.

그 페미니즘 실천이라는 것은 작은 일을 계획하더라도 남서으이 관점으로 특징지워지고 토착화된 사회에 대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자세로 임한다는 것. “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에서 일하다보니 여성들이 함께 그들의 문화를 만들고 자신을 표현·분출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라고 정경혜시가 말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모여서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여자에 대한 편견없이 편히 쉬고 가끔은 파티도 여는, 자유스러운 곳을 만든 것이라고. 오픈식 때는 춤판을 벌였더니 젊은 여성은 물론이고 40대 주부들에게도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아마도 억눌려왔던 자신의 모습을 표출하려는 하나의 몸짓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계층·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찾아올 수 있고 세미나 등의 모임도 할 수 ㅣㅇㅆ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한편에서 ‘여성공동체를 꿈꾸는 모임’의 10여명의 ㅅ미나가 활기차게 진행되는 모습이 보였다.

한편 ‘작은 토론회’나 ‘작은 잔치’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곳곳의 여성실무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도 마련된다.

오가는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손님들을 소개시켜줌으로써 일종의 클럽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주인의 역할이라고. 그것은 관련계통 사람들끼리 모이는 폐쇄적이고 남성 위주인 클럽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열린 그런 클럽을 말한다.

그 안에서 각 테이블의 손님들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여성들의 상담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여성들의 고민은 성폭력이나 남편구타 등 항상 비슷한데도 혼자 힘들어하는 분이 많아서 관련단체를 연결해 드리려구요. ”라고 전인선씨는 말한다.

그래서인지 카페 한켠에는 차양으로 가린 조그만 공간도 준비돼 있었다.

손님들이 바라는 점을 주인에게 알리려면 출입문 옆의 게시판이나 고마작서장을 통하거나 직접 말하면 된다.

“저희는 이 공간이 오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하나씩 색깔이 입혀지는 곳이기를 바래요”라는 정경혜씨의 말은 오는 이들의 참여를 통해 공간의 방향을 설정한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손님요망 작가 초청회’·‘군 위안부 문제 관련행사’등을 기획하고 있는 그녀들의 눈에는 그것들을 차근차근 진행시키려는 결연한 의지가 내비친다.

아직까지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남녀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지금, 여성들은 낱낱이 흩어져서 자포자기하고현실에 순응하고 만다.

지금, 여기에서 ‘고마’는 미래의 여성지위 향상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여성들 스스로가 얘기하고 토론할 수있는 하나의 ‘거실’,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공동체 공간을 통해 그들이 가진 생각의 표현과 경제적 자립을 적절히 접목해보려는 ‘고마’같은 작은 실험들이 더 많은 여성의 용기와 움직임을 끌어낼 수 있음을 느끼며 그곳을 나섰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