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고등학생들은 어렴풋이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요돤 교과서와 선생님의 권위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을 맘껏 펼칠 수 있고 온갖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대학공간을. 과연 우리의 대학은 그런 모습일까?대학은 과거부터 기존사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예리한 비판을 가하는 대항문화를 형성행 왔다 그것은 대학을 타 집단과 구별시켜주는 특성이었지만, 지금은 부재하기 때문에 ‘대학문화는 사라졌다.

’라고 얘기되기도 한다.

지금의 대학문화는 대항문화가 생성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가지고 있는가. 아마도 문화적 공간이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문화생산과 가장 밀잡하게 관련돼 있는 동아리일 것이다.

본교의 경우, 이화인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동아리연합회에서 마련한 ‘수요문화광장’중 풍물패 등의 소리나는 동아리는 수업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불허되고 주말에만 연습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고가 붙는 등 문예활동으로서의 문화적 공간 보장이 안되는 상황이다.

1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풍물패연합회장 장한나양(사생·4)은 “수업공간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문예활동 공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라고 지적한다.

내년 5월 완공되는 학생문화회관이 공연장·연습실·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고 학생처에서 가정관 학생식당을 무대화해 동아리의 공연공간으로 할 계획이기 때문에 일정정도 문예활동공간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생에게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문화공간이 아니고 학교에서 허가를 받은 동아리만 공연이 가능하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예활동을 위한 공간 외에도 같은 이념·주장을 가진 동아리든지 같은 목적을 가진 학회모임이든지 뚜렷한 체계없이 어울려 다니는 집단들이든지 그들의 ‘일상문화공간’은 있어야한다.

‘문화공간’이 없으면 이들 집단간에 어떤 문화도 소통될 수 없고 자리잡을 수 없다.

이를 문화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기회라고 칭할 수 있다.

한편 정해진 모임보다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비정기적 모임이나 나눔의 자리를 위한 잔디밭이나 광장·노천극장도 일상적인 문화적 기회를 항시적으로 주는 공간 중 하나다.

광장에서는 강의실에서 배울수 없는 것들을 모여앉아 얘기하는 등 서로가 같은 행위를 공유함으로써 어우러짐이의 놀이 문화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본교 이화광장도 총학생회의 행사가 있을 때 월·금에 한해서만 광장의 기능을 하고 대동제 가간만 이벤트성 문화행사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업만 끝나면 학교 앞 카페나 연극·공연장 등등 교정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문화평론가 안이영노씨는 대학이 항시적인 문화공간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운영하는 상설문화센터를 예로 들며 “그 안에서 동아리나 소그룹들이 언제든지 제각각의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온갖 이질문화의 실험을 하고 실패를 거듭함으로써 대학인 특유의 비판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한양대의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합 목요위원회는 이에 부합하는 문화광장 ‘열한번의 목요일’을 95년 2학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해왔다.

소그룹들의 문화가 펼칠 수 있는 ‘문화적 장’이 없어 단편화되고 공연이나 대자보 역시 일방적 성격 때문에 개별화된 상황에서 ‘열한번의 목요일’은 과문예소모임이나 하숙집·동기·규찰대 등 학우를 직접 참여케 해, 집단의 다양한 모습을 서로 보여줌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제는 모든 학우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목요위원회 김은형양(한양대 식영·4)은 “개인이나 집단에 묻혀있는 창조적 발상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신청을 기다리는 것보다 기획팀이 섭외하는 방식으로 광장을 마련한다.

”고 밝힌다.

이러한 문화광장은 기초적인 취지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학교 특성에 맞게 변형돼야 할 것이다.

대학을 대항문화가 분출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적 토대마련에 대한 학생들의 이런 장기적인 고민들이 가장 절실하다.

학생들의 갖가지 이해관계와 이념과 의견들 . 이것들이 소통될 수 있고 학교 나아가 사회에 대한 대학인의 반대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문화적인 토대가 마련될 때, 대학은 시행착오가 많아도 아마츄어리즘에 기반한 변화가능성·실험성·개방성 그리고 ‘저항성’이라는 단어가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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