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보내버려, 안 보는게 상책이야” “학교장이나 교육부에 알리는 건 어떨까” “까짓것 그게 얼마나 된다고 줘버려, 그게 마음 편해” 몇 달만에 친척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가장 큰 주제는 내 사촌동생의 ‘학교기피증 ’이다.

여느 째 같으면 나를 붙잡고 온갖 일을 부탁할 녀석이지만 그 날은 시무룩 하게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모의 대사회적 무지(?)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형제 중 동생의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간 이모는 들른김에 형의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게 됐다고 한다.

“갑자기 가게 되서 난 당연히 빈손이었는데, 아예 ‘뭐 이런 엄마가 다 있어?’ 그런 황당한 표정이더라구”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던 그 선생님은 그 후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아 야단치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는 숙제를 두 배로 해가고, 아침에는 30분 먼저 등교하는 들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학교가기 싫다는 아이의 생떼에 이모는 난감하기만 하다.

결국 친척들은 서로의 생각을 조율한 끝에 촌지를 줘버리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요즘 사회 일각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촌치 추방 캠페인’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설마했던 일이 내 주위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제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철학’이 아니라 돈으로만 매매 가능한 하나의 ‘상품’이 돼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커가는 아이가 가질 수 있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 그것을 가꿔줘야 할 교새의 개인적인 물욕에 의해 외면 당하는 현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 아이의 엄마는 이제 ‘촌지를 주고 안주고 하는 문제’를 넘어 섰다로 잘라 말한다.

“내 아이가 좀 괴롭더라도, 그리고 내게 교육부에 고발한 용기는 없어도 결코 촌지로 무마시키지는 않을꺼야” 이모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우직하지만 소극적인 저항을 택햇다.

나는 이모의 결론을 말없이 지지하면서 한 쪽 구석에서 정성들여 글짓기 숙제를 마무리짓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누나, 이거 읽어봐. 잘 썼지?”밝은 표정으로 내게 숙제를 내밀던 아이는 금새 침울해졌다.

“에이, 그렇지만 어차피 나한테 상 안주실 건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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