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배낭 하나와 가이드 북, 돈 8백달러, 그리고 방콕행 왕복 비행기 티켓만을 들고 무작정 인도를 향했고 3개월 동안 인도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떠나기전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어디로 가니? 유럽? 미국? ”그럴때마다 나는 “아니요, 인도로 가려고 해요”라고 답했고 그들은 한결같이 “아니 왜? 왜 하필이면 인도를...?”하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그렇다, 그들은 왜 내가 인도를 선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해외로 떠나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영어권의 나라를 향하는 게 보통인 현실이니까. 그러나 진정 우리의 젊음을 내뿜을 수 있는 곳은 그렇게 화려한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진정한 배움이 편리와 안락을 누리며 얻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기에.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곳, 나는 그런 곳에서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인도를 선택했다.

9억의 인구, 총 8백44가지의언어, 5천여년에 달하는 역사, 그리고 수많은 종교들. 이 모든 것이 뒤범벅돼 있는 인도. 그곳은 혼돈, 그 자체였다.

거리에는 이 지상에서 볼 수 잇는 탈 것-지하철·전차·인력거·사이클릭샤·낙타가 끄는 수레, 게다가 코끼리 까지-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이 용하는 그들은 자신의 짐짝을 차내로 마구 던져내며 타려고만 할 뿐 차례로 줄을 설 생각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짜맞춰진 질성 얽매이지 않는 무질서 소겡서 오히려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꽉 막힌 도로, 숨막힐 듯한 질서, 그 속에서 하나의 부속품이었던 난 인도에서 하나의 꿈틀거리는 본능의 생명이었다.

모든 것에 대해 ‘노 프라블럼’을 말하는 인도인들. 사람마다 가질 수 밖에 없는 다양성을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있는 우리 사회와는 달리 그것을 인정해주는 인도에서 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방인인 내가 무엇을 하던 내게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해 주던 인도인들 속에서. 인도를 여행하면서 내 안의 껍질들은 하나, 둘 깨지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이제까지 쌓아온 내 자신이었다.

무한히 순수했던 인도인들, 두 손으로 밥을 먹는 그들에겐 수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진정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인도야말로 어느 곳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이 것은 머리로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뤄진다.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를 숱한 규정과 법칙들 그리고 그 속에 얽매여 ‘가슴’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만 같은 우리에게 낯선 땅 인도는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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