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전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어디로 가니? 유럽? 미국? ”그럴때마다 나는 “아니요, 인도로 가려고 해요”라고 답했고 그들은 한결같이 “아니 왜? 왜 하필이면 인도를...?”하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그렇다, 그들은 왜 내가 인도를 선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해외로 떠나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영어권의 나라를 향하는 게 보통인 현실이니까. 그러나 진정 우리의 젊음을 내뿜을 수 있는 곳은 그렇게 화려한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진정한 배움이 편리와 안락을 누리며 얻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기에.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곳, 나는 그런 곳에서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인도를 선택했다.
9억의 인구, 총 8백44가지의언어, 5천여년에 달하는 역사, 그리고 수많은 종교들. 이 모든 것이 뒤범벅돼 있는 인도. 그곳은 혼돈, 그 자체였다.
거리에는 이 지상에서 볼 수 잇는 탈 것-지하철·전차·인력거·사이클릭샤·낙타가 끄는 수레, 게다가 코끼리 까지-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이 용하는 그들은 자신의 짐짝을 차내로 마구 던져내며 타려고만 할 뿐 차례로 줄을 설 생각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짜맞춰진 질성 얽매이지 않는 무질서 소겡서 오히려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꽉 막힌 도로, 숨막힐 듯한 질서, 그 속에서 하나의 부속품이었던 난 인도에서 하나의 꿈틀거리는 본능의 생명이었다.
모든 것에 대해 ‘노 프라블럼’을 말하는 인도인들. 사람마다 가질 수 밖에 없는 다양성을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있는 우리 사회와는 달리 그것을 인정해주는 인도에서 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방인인 내가 무엇을 하던 내게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해 주던 인도인들 속에서. 인도를 여행하면서 내 안의 껍질들은 하나, 둘 깨지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이제까지 쌓아온 내 자신이었다.
무한히 순수했던 인도인들, 두 손으로 밥을 먹는 그들에겐 수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진정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인도야말로 어느 곳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이 것은 머리로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뤄진다.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를 숱한 규정과 법칙들 그리고 그 속에 얽매여 ‘가슴’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만 같은 우리에게 낯선 땅 인도는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대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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