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고무신 관객, 손수건 부대, 아줌마 부대라고 폄하돼온 여성관객들에게 그에 걸맞은 소중한 이름을 돌려주고 젊은 여성, 나아가 남성관객들과 연대를 통해 여성주의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합니다.

-서울여성영화제 선언문 중에서- 여기 영화를 여성의 친구이자 동지로 만들겠노라 외치는 목소리가 있다.

11일(금)~17일(목)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여성 영화제가 바로 그 목소리의 근원지이다.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주최하고 문화 체육부·영상자료원·주한독일문화원 등이 후원하는 서울 여성영화제는 국내 최초의 국제여성영화제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격년제로 진행될 이 행사는 아시아 및 태평양지역의 여성영화를 중심으로 영화인들과 여성관객이 ‘여성 자신의 담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의의를 두고 있다.

서울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램은 본상영과 여성 단편영화 및 비디오 경선 부문으로 나뉘며 본상영은 ‘새로운 물결’‘쟁점’‘아시아-태평양 영화’‘한국영화’‘딥 포커스’로 세분화된다.

특히 ‘쟁점’부문은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것으로 ‘여성들의 담론을 형성해간다’는 취지에 맞게 여성들의 삶을 둘러싼 문제들을 드러내는 영화를 감상하고 관객관 함께 토론하는 자리이다.

올해의 경우 ‘여성들 사이의 관계’라는 주제로 인종과 계급이 다른 세 여성의 우정을 그린 제인 캠피온의 ‘두친구’, 이집트 엘리트 여성과 일반 대중 여성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이클레어 헌트 킴롱기놉토와 사파 파세이의 이집트영화 ‘가려진 얼굴들’등이 상영된다.

이에 대해 ‘쟁점’프로그래머 김은실교수(여성학과)는 “이제껏 여성과 남성의 비대칭적 권력관계에 기초해 여성의 지위와 권력, 여성운동의 방향을 논하던 여성주의 질문방식에 벗어나 여성들간의 차이가 차이로 존재하게 되는 방식에 대해 묻고자 한다”고 이번 주제의 선정이유를 밝힌다.

또한 최근 2년간 제작된 영화 중 여성주의 시각을 지닌 작품을 보여주는 ‘새로운 물결’부문에서는 디파 마흐타의 ‘불’등 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한국영화 부분에서는 한국 최초의 영화감독인 박남옥의 55년작 ‘미망인’을 포함, 근대성과 성을 주제로 한 50~60년 대 한국영화 3편이 선보인다.

한가지 소재로 심도깊게 여성영화의 흐름을 조망해보는 ‘딥 포커스’부문에서는 ‘뉴저먼 시네마’의 여성영화가 상영된다.

70년대~80년대 초에걸친 뉴 저먼 시네마 시기는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감독이 등장, 사회적으로 큰 파장력을 미치며 여성영화문화를 불러 일으킨 시기로 이번 행사에서는 헬마 산더스-브람스의 ‘독일, 창백한 어머니’클라우디아 폰 알레만의 ‘리용으로의 여행’등 대표작이 선보인다.

이외에도 한국·독일·호주 영화에서 보여지는 여성문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는 포럼현장 ‘관객과의 밤’이 13일(일)~15일(화) 오후 7시 영화제 카페 ‘동숭동에서’에서 진행되며 13일(일)에는 ‘리용으로의 여행’의 감독 클라우디아 폰 알레만을 초청, 독일의 여성운동 및 독일여성 영화에 관한 강연이 이뤄진다.

17일(목) 단편영화·비디오경선 시상 및 수상작 상영과 영화제에 관한 토론의 장 ‘우리들의 밤: 여성관객, 그대들은 주인공’을 끝으로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아직은 미흡한 한국 여성영화의 현식 속에서 용기있는 발걸음으로 기록될 서울여성영화제.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이번 행사가 선언문에서 이야기됐듯 ‘여성주의 문화의 새로운 장’으로 자리잡을 수 잇을지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성공여부는 이 땅의 절반, 여성 모두의 손에 달려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