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듯이 잔뜩 찌푸린 하늘덕에 유난히 이른 새벽처럼 느껴지던 이른 아침 7시경. 나름대로 일찍 집을 나서 언어교육권을 찾았다.

하지만 어느새 언어교육원이 있는 교육문화관 1층은 도대체 언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는지 이리저리 꼬인 줄이 접수처에서 부터 로비까지 길게 즐어서 있었다.

내가 새삼 언어교육권을 등록하게 된것은 3학년이란 위치가 취업이라는 현실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취업하고자 하는 영역은 영어 통역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에 그동안 소홀히 했던 영어공부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늘어선 줄 위에 선 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감정은 씁쓸함이 었다.

얼마전 수업을준비하고 있던 두 친구가 영어로 대화를 하려고 애쓰는 광경을 보았을 때처럼 이제 이 사회는 윌에게 ‘네이티브 스피커’의 수준까지 요구한다.

그러기에 AFKN청취나 영어회화 교재는 거의 ‘원시적 수단’이 되고 갈수록 늘고있는 어학연수파나 그럴 처지가 안될 경우 외국인과의 개인교습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사실 1학년 때부터 대학이란 공간이 마치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학원이나 기관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적이 많았다.

전공공부가 좋아서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한 결과로 좋은 학점을 받는다는 건 단지 ‘이상’일 뿐 대부분 좋은 직장에 취직할 가능성을 더 높이고자 학점관리에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말이다.

그 중에서도 좋은 직장보장의 기본 조건인 셈인 영아는 이제 우리의 대학생활 동안의 최대 과제인양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세계화·국제화’라는 골치아픈 시대사명(?)은 우리를 이렇게 몰아가고 있다.

누구나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만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조바심이 마치 누구에겐가 등떠밀리듯 영어의 세계로 , 취업의 세계로 돌진하고 있는것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말로라도 지성과학문연구의 중심이 돼야한다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들어와 쫓기듯 자신의 전공보다는 취업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나만이 아닌 대부분 대학인들의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지도 모를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제 뒤쫓아 가야만 할 뿐 의문을 제기해 보지도 반박해 보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을 마치고 드센 바람에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는 교정으로 들어서면서 오늘의 이 날씨가 마치 우리가 처함 현실처럼 느껴져 서글픔에 새벽잠을 설쳐 늘어진 어깨를 더욱 축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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