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 이야기를 듣던 기억, 혹은 꿈과 환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동화책을 읽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그 꿈같은 이야기가 우리 마음속에 남긴 동경·아쉬움·희망 등 무수한 감정의 불똥들도 아마 거의 대부분 모든 이의 기억 창고 속에 간진되어있을 것이다.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은 상징 ·희화화·환상성을 작품 전반에 사용하는 등 고전적 소설 전통을 따르고 있는 작품군 중 하나다.

이 작품에는 ‘마콘도’라는 가상적인 작은 마을의 흥망성쇄와 그 마을의 창시자인 부엔디아 가계의 역사, 그리고그속에서 인물들이 벌이는온갖 기행들이 그려져 있다.

‘부엔디아 가계의 6대에 걸친 역사’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무게 때문에 자칫하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구성이 느슨해질 수도 잇고 또 독자들이 지루해 할 소지가 많으나 이 작품은 전혀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외ㅎ려 끝부분으로 갈수록 이야기는속도감있게 진행되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이 모든 이야기가 이미 이 가계가 시작되기 전에 집시 장로인 멜키아데스에 의해 양피지에 예언되어 있었다는 예상치 못한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작중 인물들의 풍모나 행동, 사건이 작가의 시선에 따라 과장되고 희화화되어 있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데 , 그것은 현실적 요수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들이 서로 사이좋게 작품 속에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엔디아 가 사람들의 임종시 항상 등장하는몽환적인 부누이기-마콘도의 창시자인 호세 아르카디오부엔다아가 죽었을 때 내린 사흘동안의 꽃비, 미녀 레메디오스의 승천, 죽지 않고 계속 나타나는 멜키아데스와 그 밖의 유령들 등 실제 있을수 엇는 이상한 사건들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희화화는 작품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게 해 주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만약 사실주의의 눈으로봤다면 아주 비열하고 더러운 부엔디아 가계의 인간 군상들을 하나하나 감사고 그것을 신화화시키는상징으로서의 구실도 하고 있다.

상징이 어떤 것에 대한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사실로 보아 이 작품도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마콘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작가 마르케스의 고국인 콜롬비아 및 라틴 아메카의 역사를나타낸다.

즉, 마콘도의 건설은 식민지 시대를, 바나나 회사의 진출과 군대에 의한 노동자의 학살은북미 아메리카의 경제적 침략과독재정권의 정치적 억압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대령이 일으킨 반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항쟁의 역사를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작품의 결론 부분에서 멜키아데스의 예언서는뭘 내포하고 있을까? 부엔디아 가계의 마지막 자손 아울렐리아노가 가문이 몰락하는순간 읽은 그 양피지에는 이미 그 동안 부엔디아 가계의 1백년의 역사가 미리 씌여져 있었다.

이순간에 채은 다시 시작된다.

아마 이 소설 자체는돌고도는역사 그 자체를 상징한 것이릴.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구상엔 마콘도같은 수많은 도시, 나라들이 흥망성쇄를 거듭했으며 몇 십 년 혹은 몇 백년을 주기로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지난날의 역사기록을 보건대 알 수 있다.

지구를 위시한 천체들도 계속돌고 돌며, 그런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살고 있는 개개인 역시도 부모와 자식, 또 손자, 증손자 등으로 이어지는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것. ‘백년 동안의 고독’은 라틴 아메리카 역사의 , 식민지 시대때부터의 수난으로 비롯된 숙명적인 상처를 나타내고 있으며, 작가 마르케스는 환상이 듬뿍 가미된 사실주의로 하나의 긴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그려진 역사는 아마 인류가 살아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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