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상업적으로 다양해지고 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문화적 경향 속에서 사회변혁의 도구로 문예를 바라보던 매체관에서 벗어나 현실참여를 매체 나름의 목소리와 융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움직임의 주인공, 대학 문예패의 침체기를 딛고 새롭게 태어나려는문예패 연합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자. 서울지역 대학노래패 협의회(서대노협), 서울지역대학생 문학연합(서문연), 대학영화패 연합(대영연) 서울지역대학생 탈패협의회(서탈협)이 바로 그들이다.

이 중 대영연을 제외한 3개 단체는 89년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문예로 사회를 변혁하자’라는 모토로 결성돼 8~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영연도 작년 9월 발족했으나 87년 대학영화연합, 90년대 초반 결성 후 사라진 서울지역 대학 영화패 대표자 연석회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먼저 서대노협의 현황을 살펴보면 92년 의장 경선때 PD(민중민주)계열이 당선되면서 NL(민족해방)계열의 노래패들이 대거 탈퇴해 지금은 23개의 동아리가 속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소속돼 있지 않은 동아리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사무국장 임재춘양(덕성여대 통계·4,솔바람)은 “우리를 옭아매는 것은 정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퍼져있다.

”며 “이제 문화로서, 노래로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나름의 이유를 풀어냈다.

대영연 또한 이런 생각으로 오는 25일(화)~29일(토) 연세대 장기원 기념관에서 ’97대학 영화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80년대 사회변혁의 도구로 사용되던 ‘영화’, 영화담론이 넘쳐 설명한다.

이런 취지에서 서탈협은 지난 해 9월 ‘제1회 대학 마당극 한마당’을 여는 등 많은 실천을 하고 있단다.

지난 해 서대노협 의장을 지낸 김성은군(고려대 전자공·4, 노래마당)은 “우선 다양한 문화 공간을 창출해 내고 그 공간들의 충돌 속에서 인정받아야 할 때”라며 말을 꺼냈다.

그러한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거시권력의 폭압이 시작돼도 다시 저항의 큰 흐름을일궈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금의 동아리는 탄력과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철저한 자기비판 속에서 나온 이 말은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외적 기반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문예패 연합들에게 각 매체의 전문성을 살려내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여기서의 전문성은 기술적 완성도와 실력이라기보다 매체의 변별력을 찾아내는 것이다.

서문연 서부지구 의장 오주연양(국문·3,반도문학외)은 “매체마다 표현하는 영역은 엄연히 다르며 언어가 지닌 생명력은 글의 감동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문학이라는 매체에서 오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영역이든지 그것만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파장력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문예패는 여기에다 자신의 매체에 대학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의무도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의 사회 저항적 성격에 따라 매체가 선전·선동의 무기로 기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선동을 원하는 관객과 수용자가 시위현장 어디에서나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이 변화하면서 수용자가 집회에서 발길을 돌린 후 대학문예패는 갈 길을 몰라 방황하며 ‘사회변혁의 도구로 남느냐, 변절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왔다.

지금은 달라진 문화지형도 속에서 ‘문예’에 자유롭고 비판적이어야 하는 ‘대학’의의미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의미 안에서 비상업적이면서도 대중적일 수 있는 문예에 대한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이에 대해 서대노협 의장 유성구군(서울대 공업화학·4,메아리)은 “피상적인 ‘대중’에 휩쓸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잘못된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비판적인 입장을 우리의 수단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모여있는 곳에 찾아갔었던 대학문예패들은 ‘이제 우리는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안고 흩어져 있는 대중을 만나려 한다.

이제 대학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들만의 관점을 생산해내려고 하는 문예패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