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방학이 왔다.

아침엔 학점 채우느라 계절학기를 듣고 낮엔 친구와 함께 토익 대비 스터디를 한다.

저녁엔 회화 수업을 들으러 시내 모 학원에 간다.

어떤 과 선배는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는데, 나도 부모님께 약간의 도움을 받아 배낭여행이라도 다녀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대학생들의 방학 일과는 대충 윗 가상 현실에 조금 가감이 있을 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이대학보사 문화부에서는 본교생들이 방학 동안 무엇을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방학생활의 일반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한국사회 안의 대학인으로서 이화인의 방학은 어떤 문화 흐름을 담아내고 있는지를 알아 보았다.

대부분의 이화인이 방학 동안 주로 하는 일에 대해 학원 수강(52.6%)이라고 응답했으며<문항3>그중 85%가 토익이나 회화를 위해 외국어 학원에 다니는 것<문항 4-1>으로 나타났다.

국제화 시대에 필수라고 여겨지는 외국어의 중요성이 실감나는 겨로가이다.

방학 계획을 세울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취업 준비(22.7%)<문항 6>와 관련해 생각해 본다면 취업을 위한 외국어 공부는 방학을 보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인다.

어학연수를 한다는 응답자는 1백명당 8.96명 꼴로, 각 과마다 1명이상의 어학연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어학연수의 목적을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비교적 많았는데. 방학기간 중에 떠나는 2달 내외의 단기 연수일 경우 어학실력의 향상보다는 경험확대가 큰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돈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에 59.1%라는 과반수 이상의 응답자가 견문을 넓히고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 떠나는 여행에 대한 희망을 보였다.

또한 책을 읽고 싶다는 의견도 상당수 눈에 띄였는데, 인문적 소양을 갖춘 사회인을 양성해야 할 대학이 학기 중에 그 구실을 제대로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법하다.

여행이나 독서를 통한 교양쌓기는 대학을 떠올릴 때 쉽게 연상할 수 있음에도 실제 생활에서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학계획을 세울 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와 ‘취업준비와 진로문제’가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흥미와 취업이라는 두개의 추사이에서 항상 저울질 할수밖에 없는 대학인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오늘날의 대학은 무엇을 하고 있는 곳이며 그 안의 대학생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대학은 어학연수와 토익점수로 표상되는 자본제 사회가 원하는 요건들을 키워내는 곳이며, 대학생들은 취업, 고시 등의 앞날의 성공을 위한 싸움을 벌이는 투사인 것일까? 대학의 방학은 대학인의 여가로 주어지기보다 사회가 원하는 ‘인간형’이 ㅗ디기 위한 준비를 갖출 수 있는 여분의 투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기능인을 요구하는 사회, 기능인을 양성하는 대학. 그 안에서 대학인이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재테크를 넘어 이젠 시테크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져 시간활용을 돈늘리기처럼 해야 하는 시대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요건을 무시하는 바보스러운 대학인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지 모른다.

그렇지만 결국, 규정된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문화공간으로서의 대학을 만드는 것은 바로 그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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