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국어운동 동아리「한글물결」

‘폼’은 영어의‘form’에서 온 말로 형태 또는 자태라는 뜻입니다.

뜻도 발음도 비슷한 우리말‘품’을 사용합시다.

누리 : 너 옷 샀니? 늘봄 : 응, 어때? 누리 : 와∼ 품난다.

- ‘한글물결’ 자유게시판 중에서. 소탈한‘품’이 나는 동아리가 있다.

연세대 국어운동 동아리‘한글물결’은 한글전용이니 국한문 혼용이니 하는 학회간의 대립과는 다르게 실제 삶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운동을 한다.

간판이나 상호를 열심히 조사하고 학생들이 쓰는 말을 유심히 관찰해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기도 하는 것이 삶속에서 우리 얼을 찾고자 하는 그들 나름의 운동방식이다.

동아리 성격을 묻는 기자의 첫질문에 “대개 그런 질문을 하더군요”라며 수더분한 인상과 달리 취재당함(?)의 노련함을 과시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면을 장식하고 전파를 타게 된다는 그들은“보도자료집을 만들어야겠어요”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글날을 맞아야 비로소 관심을 갖는 세태와 기자를 슬쩍 꼬집닌다.

67년에 국문학회로 시작돼 국어운동 동아리로 자리잡은‘한글물결’은 우리말·글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우리말·글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잘못된 말글살이(언어사용)를 고치고 바람직한 말·글을 알리는 데 관심을 둔다.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 앞‘자유게시판’을 통해 잘못된 말글을 바로잡은 것도 그들의 꾸준한 활동의 일부다.

2년마다 하는 거리 간판 조사 결과 외국말·한자말의 비율이 88.5%에 달하는 현황에 대해‘우리말은 촌스럽다‘는 그릇된 인식때문이라는 회장 권대일(경제·2)군은 요즘은 희소성으로 인해 역으로 우리말 간판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알려준다.

그러나‘골 때리는 당구장’같이 속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말을‘바르게’지을 줄 모르는 풍토를 아쉬워하기도. 그래서 해마다‘한글물결’은 한글날을 즈음해 ‘한글이름짓기 큰잔치’를 연다.

올해로 7호째를 맞이하는 ‘큰잔치’에서는 옜말을 이용하거나 낱말결합으로 참신한 이름을 짓는 법을 소개해왔다.

이화여자대학교를 배꽃여자대학교라고 하는 것이 어색한 것처럼 무조건 한문으로 지은 것을 한글로 바꾸는 것보다는 이름을 지을 때 부터 한글에 맞는 뜻을 생각해야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드러날 수 있다고. 한별스민(큰 별빛이 스며든), 미르에타(용을 타고 내려온 자태) 등이 ‘큰잔치’가 올린 작은 성과이다.

연세대 학생식당 맛나샘·고를샘(카페테리아)등은 학교측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직접 지어준 이름이고 요즈음 대학에서 많이 쓰는‘동아리’도‘써클’이 일본식 말임을 알고 이들이 찾아낸 것. 쉬운 글쓰기도 이들이 주목하는 운동의 하나. 소설과 신문 분석을 통해 말글생산의 주체인 지식인이 소비주체를 고려하지 않는 현상을 고발하기도 한다.

우리문학의 한자리를 차지하는‘아리랑’과‘화두’를 비교해‘아리랑’이 더 대중적인 것은 소비주체가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임을 지적하며 글을 쉽게 써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밝힌다.

국어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계급적인 말글살이, 말글해방에 있기에 말글터울짐(언어의 계급화)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데… 94년에는 이런 모람(회원이란 뜻으로 모인사람의 준말)의 피와 땀을 모아‘한글이름을 온누리에’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런 활동을 하는데 가장 어려운건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아직은 호응도가 낮은‘큰잔치’나 우리말 이름을 지어달라고 문의하는 사람은 많아도 직접 지어보려는 사람은 적은 현실에서‘작명소’가 되버리는 거 아니냐고 토로하는‘한글물결’.배움빗(학습담당) 홍대인군(경제·2)은“정부의 일관적인 언어정책 부재오 열악한 우리말글살이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현대에서 각 분야에 따른 언어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아울러 강조한다.

이들이 가장 부러운 나라를 프랑스로 입을 모은 것도 외국의 책이나 영화·상호등을 들여 올때 전문기관에서 모국어로 바꾸는 것을 보면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어는 문화의 가장 큰 부분인데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며 인식의 부재를 탓하는 조광연군(의예·1)의 말은 우리얼을 우리 문화속에서 되새기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말글의 소중함을 알아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되고, 부분의 개선으로 전체의 개선이 이뤄질 수 없는 것임을 볼 때 이들의 알리기를 통한 작은 운동은 뜻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힘이 미약할 수 밖에 없다.

사회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과 참여를 끌어내는 적극성이 부족하고 실생활에 비중을 두는 운동이라 해도 이론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그들이 말마따나‘일관적인’인 국어운동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 아닌다.

기자가 이들은 만난 96년 현재, 전국에는 2십여개의 국어운동 동아리가 있다.

전국 1백오십여개 대학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다른 동아리에 비해 극히 소수이다.

당연한 우리말글을 갖고 구태여 운동을 해야하나 하는 처음의 안일한 생각은 외국말 간판이 범람하는 우리의 거리를 보며 돌아오는 길에,‘모람’이나‘말글살이’등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괄호치고 설명해줘야만하는 기자의 글에서, 한글날 즈음에만 찾아든다는 언론사의 모습에서 버리지 않을 수 없다.

삶속에서 주체성을 찾기 위한 작은 인식을 함께 가져보자. 우리가 항상 하는 말글에서 우리얼을 찾으려는 노력, 우리말을 갈고 닦는 노력으로 이들의 작은 소리를 외침으로 거듭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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