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통신공간’이라는 새로운 소통공간과 마주하게 됐다.

‘상호 동시 소통’,‘광역소통’,‘실시간 소통’으로 개념화되는 통신공간은 그동안 ‘일방향소통’으로 유지되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모든 제영역들을 ‘쌍방향 소통’의 상호 영향구조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생산과 소비의 평면적 사슬구조가 해체되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재생산, 재소비로 연결되는 입체적인 사슬구조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단선적인 정보의 전달과 수용의 일차원적 소통관계는 서서히 무너지고, 그자리를 정보의 구축을 전달자와 수용자가 함께하는 다차원적인 소통관계가 대신하기 시작한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활자매체로 현현된 텍스트를 매개로 하여 작가와 독자사이에 일방향 소통구조를 지녔던 독서 패러다임이 통신공간을 모태로 하여 쌍방향 소통구조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문학행위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 새로운 문학행위와 그 성과물들이 곧 사이버문학이다.

활자매체 대신에 아스키코드로 현현된다는 표현 코드상의 차이 이외에도 사이버문학이 기존의 문학과 변별되는 특징은 쌍방향 소통을 근간으로한 ‘작가와 독자의 관계의 수평화’, ‘텍스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독자들의 간섭’,‘우월한 위치로서의 작가 권위의 상실’등 여러가지가 있다.

특히 작가와 독자의 단선적인 관계와 고정적인 지위가 무너져내림으로써 이제 문학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모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담장없는 예술’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소통공간을 바라보는 기성 문단의 시선은 통신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담장없는 문학 행위가 미적인 특수성을 견지하지 못한채 독자추수주의로 흐르거나 소재주의에 함몰되어 버렸다고 폄하함으로써 위기감을 극복하려 했다.

물론 이 지적이 전적으로 부당한 것은 아니나 문학의 수준을 논하기에 앞서 작가와 독자사이의 소통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문학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천착을 시도하지 못했음은, 위기감에 대한 역작용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통신공간이 문학행위의 소통공간으로 기능함으로써 문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면, 그것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문학이 구현해야할 리얼리티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리얼리티의 문제를 미적 특수성을 보장하는 문학적 장치로 극복하고자 하는 문학이 바로 사버문학이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예술의 제장르라 했을 때, ‘사이버문학’은 현실 영역을 ‘실제’가 아닌 ‘이미지’,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에 기반을 두고 잇는 문학이며 가상현실이 이제 부인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이 시대에 기존 구조하의 문학적 상상력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이다.

따라서 사이버 문학에 대한 인식의 가장 일반적인 접근방식인 ‘소재주의적 ’ 접근은 오류이다.

가상 현실은 비현실이 아니라 그 자체가 우리가 구축해낸 또하나의 현실이며, ‘사이버문학’은 소재의 특이성에서 주목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문학 영역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 ‘영역의 확장’이 정보화시대, 문학이 갖는 유일한 비젼이라는 점도 명약관화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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