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끝에서 맞은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은 나에게 가으르이 낭만보다는 가슴속의 서운함으로 느껴지고 있다.

아마 한달전에 만난 한 대학생과의 대화가 줬던 안타까움이 이유가 될 것이다.

집안일로 한달전 중국으로 여행을 갔을때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조선족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그 학생을 만나게 됐다.

그학생은 심양의 한 공업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자신의 출신도시에서 최초로 여자학생회장을 지냈던 만큼 활달하고 자신있는 여대생이었다.

같은 나이,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유로 우리는 금새 친해졌고 생활에서 느껴지는 문화차이에 대해 오랜 대화를 나누었다.

대학입시에서 그녀는 조선족이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일류대학의 합격자가 되지 못했고 중국어·일어 ·한국어에 능통하면서도 영어는 한 마디도 몰랐다.

그녀의 대답은 이러했다.

조선족이기때문에 과과과정이 다르며 영어는 한족만 배울 수 있는 언어라는 것이었다.

지난 올림픽때 중국과 한국의 배구 대결에서 어느팀을 응원했는지 묻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어느 나라도 응원할 수 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중국은 살고있지만 소수민족이 겪는 부당함을 짐지우는 나라이고, 조국이라는 곳은 자신들을 천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은 조선족에 대해 잘사는 나라에서 한 몫 챙기기 위해 그저 기회만 있으면 숨어들어오는 기생적인 골치거리로, 돈 벌기위해서 위장결혼까지도 감행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우리의 민족이며 결코 부끄러워할 우리의 해외동표로만 여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7·80년대 기회만 있으면 미국으로 돈을 찾아 떠낫던 과거가 있지 않은가. 그런 우리의 과거단계를 그대로 밟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일제시대 어려움을 잊기 위해 떠났던 우리의 민족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아줬으면 한다.

조선족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소수이지만 우리의 조상이 물려준 끈질긴 성품과 깨끗한 생활방식 그리고 대륙의 강한 생활력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들은 조국이지만 자신들을 외면하는 한국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 그저 순간에 급급하며 안정에만 의존하는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우리나라의 태도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앞만 보고 살기에 급급한 현실 속에서 우리 민족에 대한 뒤돌아봄이 선행돼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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