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연극제를 통해 본 대학연극

‘제1회 가을연극제’는 1회이지만 처음은 아니다.

매년‘이화 총연극회(총연)’,‘인문극회’,상경대‘극터’등 10여개의 연극반이 방학 동안 연습한 작품을 공연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가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학생회 주관으로 하나의 이름안에 여러 연극들이 묶이게 된 것이 보는 이에게 스쳐 지나가는 공연이 아닌‘가을이면 언제나 생성되는 대학문화의 한 흐름’으로 연극을 인식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연극은 시설 미비, 공간 부족 등의 열악한 여건에도 불고하고 대학인이 가지고 있는 비판적 시각을 진실되게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다.

기송연극이 흥행을 의식해 주제의식이 담긴 실험성 있는 작품을 공연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대학연극의‘자기 목소리 내기’는 주목할 만한 점이다.

또한 각 연극반이 처한 상황,구성원의 시각 등에 따라 각각의 목소리들은 나름의 색채를 띄게 된다.

연극반의 독특함이 드러나게 되는 출발점이 대본 선정과정에서는 1996년,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창작극뿐 아니라 번역극에서도 각색을 통해 표출된다.

현재 대학연극계에 창작극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대학연극의 정체성이라는 부분에서 우려된다.

2일(월)~4일(수) 가을연극제 문을 여느 간호대 연극반의 번역극‘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탄탄한 구성과 연기력이 돋보였지만 내용상으로 20세기초 스페인의 상황과 ‘이화인의 현실 사이의 고리로 인해 개인의 열정을 억압하는 사회적 병리’라는 주제가 관객에게 이해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대학연극의 주제의식에 대해 지난 대동제 기간 총연의 ‘ 여성문제 토론극’을 연출한 장소익씨(극단‘한강’대표)는“80년대 구호성 연극이 90년대 변화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히게 되자 대학연극조차 상업주의에 굴복해 버린 느낌”이라며“젊은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흐름과 문제의식들이 끊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본 선정 후에는 적합한 형식을 고민하게 되는데,대부분 무대공연과 관객관람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총연극회장 김반지양(건축·2)은“주제선정과 내용에서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고, 형식의 경우에는 외부연출일 경우 연출의 스타일을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관객이 직접 참여했던 총연의‘여성문제 난투극’은 다양한 연극을 접해 보지 못했던 연기자와 관객에게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가을 연극제 공연팀 중에서는 사회복지학과 연극반의 10회 공연인 개개인의 심리를 공통적으로 압박하는 사회적 원인을 찾아내어 관객에게 문제를 던지고 고민해 보는 즉흥극 형식의 SOCIO드라마‘시대유감’이 새로움을 보여준다.

형식 연구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공연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대학이 몸담고 있는 사회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4월 CMH(지역정신건강) 정신장애인 주간에 SOCIO 드라마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로 활동을 했던 예는 대학연극과 사회의 교감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다.

준비과정이 끝나고 공연에 들어서면 조명·음향등 연기 외적 부분에서 미숙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연기가 좋아 들어온 반원들이 대부분이라 기획부터 의상까지 여러 스탭이 필요한 상황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 연극주간에 10일(화)~12일(목)‘가위눌림’을 무대에 올린 공연예술연구회‘몸짓’의 연규동군(서강대 사회·4)은“의상에 관심이 있거나 기획을 하고 싶어하는 등 다른 역할을 해 보고자 하는 구성원들이 들어와 전체적인 역량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몸짓’의 사정은 대학연극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스탭 인력이 수급된다면 바람직한 상이라 할 수 있다.

대학연극반들이 일반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연기도 기본기 부족과 연기력 미숙이 지적된다.

간호대 연극을 연출한 이기호씨(중앙대 연극학과 석사 2학기)는“연극을 업으로 삼는 것이 아닌 순수한 열정을 가진 대학생들에게 완벽한 구성과 색다른 시도를 많이 요구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연기틀에 갇혀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획일화된 체제에 눌려온 자아가 자유를 맘것 발산할 수 있는 무대에서 표출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그의 설명이다.

연국 사후작업으로는 하나하나의 공연들을 연결해 연극반의 역사로 남기는 것이 있다.

연극에 대한 감을 익힌 스탭·연기자들이 졸업을 하면 다시 처음부터 교육이 이뤄져 정체되기 쉬운 것이 대학연극 발전에 장애가 된다.

이러한 흐름 단절의 극복 방안으로 기획·공연 과정을 문서와 영상물로 자료화해 회를 거듭할수록‘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주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과감한 실험성,이 많은 과제를 풀어 낼 순수한 의지와 열정을 대학연극은 지니고 있다.

나와 대학, 그리고 사회에 대한 고민을 넓혀가며 그 위치지움에서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목소리를 힘있게 내는 것이 대학연극의 정체성 찾기가 아닐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놓아두기 힘든 사회를 헤쳐나간다면 이 가을, 우리는 잘 익은 대학연극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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