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트 엠티를 통해 본 성문화

‘일부러 물에 빠뜨려 젖은 몸을 감상했다’,‘남성이 여성의 몸을 더듬는 게임을 하게 했다’. 취재과정에서 수집한 이런 사례들은 대학에 들어 왓다면 한번 쯤 가봤을 조인트 엠티에 대해 이화인의 인식과 느낌을 조사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조인트 엠티는 미팅이나 동문회, 연합써클 등의 모임의 연장선에서 남녀가 어울리는 대학생문화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안체에 소속된 성원들이 여러가지 일정과 프로그램을 통해 맴버쉽을 다지게 되는 엠티. 특히 종니트 엠티는 여대생과 공대·상경대 위주의 여성수가 적은 계열의 남학생이 모여 ‘나와 다른’문화를 접해 경험을 넓힌다는 의미도 부여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인트 엠티는 자칫하면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왜곡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이대학보사에서 4일(수)~6일(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인트 엠티 중 ‘불쾌감이나 당혹감을 느꼈다’느 ㄴ응답이 35.0%로 상당한 수치를 보였다.

그 원인으로는 첫째 ‘게임중의 성적 접촉’, 둘째 ‘상대 남학생들의 예절부족’, 셋째 ‘술에 마S취한 상태에서의 남학생의 언행’, 넷째 ‘설거지, 밥짓기 등의 잔일을 여자만이 하는 것’을 주로 들었다.

(설문 14번) 성적인 접촉은 ‘남성과 여성이 과자를 입에 물고 다가가기’나 ‘풍선을 껴안는 자세로 터드리기’ 등의 직접적 접촉을 요구하는 게임들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남학생이 주로 일정을 짠다(33.3%)는 요인으로 인해 여성의의견이 배제된 남성의 일방적인 분위기 주도로 현상화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않은 채 게임에 참여하는 여성은 자발적일 경우 ‘천박한 여자’, 타인에 의해 강요당했을 경우에는 ‘분위기 망치는 여자’가 되기 쉽다.

이에 대해 이선영씨(여성학과 석사 논문학기)는 “사회적인 통념상 성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여성은 자발성, 비자발성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앞에 사회적 억압을 받게 된다”고 해석했다.

프로그램에서의 성적 접혹은 남학생의 예절부족과도 연결된다.

전에 본 일이 없는 사람들끼리의 주선에 의한 만남(39.8%), 만남이 지속되지 않는 교류(38.2%)는 ‘OO대 XX과’로 보장되는 익명성 속에서 개개의 남학생을 일반적 예절에서 자유롭게 한다.

즉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은 계속 만나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상대 여성에게 남학생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술문화 또한 조인트 엠티를 훼방하는 한가지 요소로 나타났는데,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남성적 술마시기’나 그후의 주정들이 불쾌감을 주고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 외에도 남성이 술취한 것을 빙자하여 성적 접촉이나 언행을 하는 것이 문제시 된다.

게다가 이런 일들은 취중에 벌어지는 상황들이기 때문에 나중에 상대 남성에게 항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43.8%의 학생들이 남녀 함께 밥을 짓거나 설거지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응답한 여성의 대부분이 ‘어!여자만’이라는 느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설거지와 밥짓는 것이 여성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사회적으로 규정받은 고정적 성역할이 조인트 엠티로 흡수되고 있고, 입과 머리로는 가사분담을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남성과 만나게 되면 사회가 요구하는 규정들을 답습하게 되는 것에 원인이 있다.

이런 원인에도 불구하고 불쾌감을 느꼈으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응답자는 전체의 26.0%로, 이것은 불쾌감을 느낀 응답자의 74.4%이다.

처음 만나 ‘잠정적인 상대’가 될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남학생들’이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혼자만 ‘튀는 여자’가 되기 힘들 상황이 분위기를 깰까봐(설문 16번) 노심초사 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만남이 지속되는 동문회 등의 모임에서는 남학생은 동기부터 군대를 제대한 선배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는 반면 여학생은 저학번 위주이기 때문에 조인트 엠티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남성과 여성/선배와 후배관계로 귀착되면서 문제의 핵심을 혼란스러워진다.

술을 마시고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잡다한 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성이 선배라면 문제제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오숙희씨(여성학자)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 교육받지 못한 남녀가 막연히 이성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엠티를 떠나 부딧히는 문제들”이라며 “문제가 될 부분이 발견되면 즉각적, 집단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쾌감을 느끼는 한명의 여학생 뒤에는 10여명의 동행 여학생과 10여명의 남학생이 있다고 생각할 때 잘못된 조인트 문화가 한명만을 억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당황해 하고 있는 후배, 혼자 끙끙거리는 동기. 그들만이 얼마 안되는 조인트 엠티 문화의 피해자는 아닐 것이다.

1박2일만 참고 지내는 것으로 넘기기엔 조인트 엠티는 결코 여성이 남성문화를 엿보거나 남성문화에 종속되는 공간이 아니며 남성이 여대생과 한번 놀아보기 위한 공간도 아니다.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공간이 있다면 어디나 각자의 인성을 중시하고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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