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미스코리아 진 ***, **미용실’오늘도 정문 앞에서 휘날리는 플래카드에 써 있는 문구를 쳐다본다.

한국 최고의 미인으로 공인 받았다는 것, 축하할 만한 일 아닌가? 그러나 과연 누가 누구에게 ‘공인’내릴 자격을 주었는가를 생각한다해도 그럴만한 할일일까? 한구경성단체연합(여인), 여성민우회(민우회)와 본교 여성위원회를 포함한 서강대·연세대·한양대 등 7개 대학의 성성치 관련기구 협의체인 ‘나란한 성, 삐딱한 성(준)’은 지난 5월 23일(목) 문화방송사 앞에서 미인대회 방송폐지 집회를 열었다.

5월 6일(월) 발족한 ‘나란한 성, 삐딱한 성(준)’은 성의 권력 구도 안에서 최근 성정치 담론의 조류를 공유하는 대학생들의 협의체적 위상을 지닌다.

또한 여성 민우회는 이미 5월9일(목) ‘방송의 미인대회 중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대중매체 속의 여성상 정립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왜 하필이면 미인대회에 집중하는가. 이것은 사실 지금까지 언론매체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파급시켜 온 수많은 왜곡된 여성상의 파편들과 비교할 때 별반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1~2년 새에 이러한 미인대회는 부쩍 늘고 있으며 이렇게 육체의 잣대에 의해 굴절된 여성상은 공중파에 의해 더욱 공고화된다.

그간 방송 모니터 활동을 계속해온 민우회는 앞으로도 미인대회 중계방송폐지 운동을 장기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민우회는 직접적인 방송폐지 주장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 법적인 측면의 접근을 준비와 반대집회 통한 지속적인 여론화 작업을 계획하는데, 홍보사업부장 조정하씨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방송은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면 안된다’(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49조)는 문항이 명시됐으며 최근 제정된 여성관련 제법률인 ‘여성발전 기공법’또한 대중매체에서 선정성 조장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인대회 중계방송 폐지 주장에 관한 법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한편 여연 홍보간사 안현숙씨는 “본질적인 성상품화의 문제해결은 물론 대회 자체의 폐지이지만 이미 80년대부터 반복되어 온 폐지 주장을 소수의 웅성임으로 묵살해 온 사회에 좀 더 현실적으로 맞서는 작업으로 중계방송 폐지를 먼저 요구한 것”이라는 여성단체 활동의 유효성을 언급한다.

이러한 미인대회와 그것은 부추기는 방송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매체를 통해 파급되고 교육되는 ‘성상품’의 논리가 일반 대중의 인식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심사기준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이라는 것이 ‘육체’규제에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건축적 잣대 마냥 여성의 몸을 재단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에서는 실상 그 심사 기준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위에는 근본적인 문제지점이 존재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하겠다.

이미 육체와 ‘미’의 개념에 당당하게 개입하는 남성 주체의 성문화 안에서는 그 미인을 뽑는 것 자체가 남성 시각을 인정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인대회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제 효용적 성과를 기대하고 운동하는 각 여성단체와는 달리 대학가에서의 움직임은 다소 차별성을 띤다.

서강대 총학생회 성정치위원회장 김은주양(독문·4)은 “물론 하나의 사안에 집중해서 중계방송 금지 운동을 실천하는 것도 유효하나 이미 고정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성문화에서 본질적인 담론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먼저 제기된다”며 “성의 권력관계 아래에 있는 사회모순을 가부장제, 이성애 중심주의 등과 함께 분석하는 관점에서 미인대회와 성의 상품화를 논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후 ‘나란한 성, 비딱한 성(준)’은 오는 7일(금) 성상품화 주제의 토론회, 미니즘 캠프, 학술제 등의 사업ㅇ르 기획하고 있다.

대학가의 성담론은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이고 작년부터 각학교마다 열었던 크고 작은 성정치 관련행사들을 기점으로 그것은 더욱 활발해져왔다.

이는 여성가 성에 관한 이론적 기반이 완전히 체계화 되지 않은 현 대학사회에서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해결하지 못할 인식의 재생산 과정에 대해 대학 사회 안에서 그것을 주체적으로 꿰뚫는 행동이 전개되야 함을 시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상품 가치를 지닌다.

‘성’역시 예외일 수 없으며 자본주의 상품시장과 결합한 성은 매체를 통해서도 남성위주 권력관계의 유지를 단단하게 다져가는 구조를 형성하게된다.

끊임없는 재생산 구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것은 극단적인 ‘육체의 상품화-미인대회’라는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인식햇다면 미인대회와 같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방점을 찍자. 그것은 실질적인 논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자신의 위치를 가리키는 시작이 될 것이다.

이는 구경하는 ‘주체’와 구경당하는 ‘객체’가 존재할 뿐인 미인대회 역시 수 많은 편견에 휩싸인 성 분리 문화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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