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패「누에」

“야! 누가 문지기 할래?” “월요일날 표팔이 할 수 있는 사-아-람?” 헬렌관 3층에 오르자마자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함께 수다스럽게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그 소리를 따라 구석 한켠, 문제의 방문을 여는 순간 약간은 비좁은 듯 않아 있던 스무명 남짓되는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바로 영화패 누에인들로 대동제기간에 있을 ‘누에 영화제’를 준비하느라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졌음에도 도통 집에 갈 생각들을 않는다.

‘영화’와‘누에’? 얼핏 별관련이 없는 것 같다.

“영화가 발생했던 초기엔 스크린을 비단으로 만들었었대요.거기서 모티브를 얻었어요.”이지은(철학·3)양이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올해로 1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누에’는 그간 6편의 소형영화, 10여편의 비디오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한편 여성영화제,독립영화제,동성애영화제 등 20여회의 영화제를 개최해왔다.

“요즘은시네마떼끄도 많고 각종 영화제도 유행처럼 번져 있어요.하지만 저희는 단지 영화를 틀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 준비과정에,그리고 제작과정에 우리가 논의해 온 목소리를 개입시켜 보여주려고 하죠.무언가 얘기할 꺼리를 만들어 준다는 것, 그게 가장 큰 차별성이에요”라고 말하는 학술국장 함흥주(신방·3)양의 말처럼 실제로 재작년 개최했던 동성애 영화제 같은 경우는 학내외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동성애담론은 촉발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항상 이들의 목소리가 주목을 끄는 것은 아니다.

“몇 달동안 밤낮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필름을 구하고 자료를 찾고 세미나를 하고.....그렇게 만든 것들이 구석에 가득 쌓여있는 팜플렛과 함께 그대로 묻혀지는 것을 보면 한숨밖에 안 나와요”이들은 이번 대동제때 준비한 한국영화제도 그럴까 은근히 걱정을 토로한다.

“한국영화역사 70년이면 외국영화에 비해 짧은 건 아니예요.6.70년대가 영화법,사전검열제 같은 외압이 심한 시기이기는 했지만 고전도 있고 나름대로의 미학이 있을텐데 우리는 여전히 공부할 때 외국의 역사오 작품,감독만 봐요.정말로 그럴만한 작품이 없기 때문일까요?” 이들의 대답은 단연‘아니오’다.

한국영화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누에인들은 한국영화에 접근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름도 제대로 보관되어 있지않고 영상자료원은 반출을 안 해주니, 공불를 하고 싶어도 우선 작품을 봐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영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고자 학기초부터 이번 영화제를 준비했다는 누에인들. 한 번,한 번의 영화제를 만들어 갈때만다 이화인과 같이 할 수 있는 문제의식들을 펼쳐 나가는 누에인들의 모습에서 기자는 하나씩 허물을 벗어가는 누에고치의 모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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