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와 전자글쓰기

먼저 필자의 앞에 뚝 떨어진‘전자 글쓰기’란 화두부터 야단치고 넘어간다.

그 용어의 이해 자체를 넘엇 참으로 어설픈 조어이다.

말 자체로 치면 전자적이라는 뜻이지만 실상 그 의미란 0과1의 순열조합으로 코딩된 전자칩을 필수적 매개체로 하는 글쓰기라는 의미가 더 어울릴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무심함을 꼬집고자 필자 역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PC통신, 사이버 스페이스,인터넷 따위 용어들의 합집합 안에는 어쩐지 이러한 애매모호함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에 전자-생화(?)속에서 쉽게 통하고 이해되던 소재가 막상 이런 자리의 주제꺼리로 등장하면 그 엄밀하지 못함 때문에 초장부터 뭇매를 맞는다.

그렇기에 그 용어로 틈입하는 입구를 두가지로 잡아본다.

하나는 자기만의 특수한 공간을 형성하지 않는,글쓰기의 공간은 여전히 일상공간 그 자체인 채로의 글쓰기이다.

요즘 거의 대부분의 글쓰기 작업이 그렇듯 컴퓨터의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한 글쓰기를 가리킨다.

이런 글쓰기는 전통적 글쓰기의 도구인 펜과 종이의 대체라는 단순한 변화 이면에 기술혁신이 가져온 문제 하나를 제기하고 있다.

바로 복제술의 간편성과 무한 복제의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리포터를 쓴다고 하자. 과제에 지친 어떤 컴퓨터 매니아가 있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의 리포느 파일을 얻어 부분발췌,짜집기 과정을 거친 후 복제술의 화려한 기술이 탄생시킨 리포트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창작의 영역에서 이러한 작업이 포스트모던 문학의 혼성모방기법으로 옹호받는데 반해, 대학생 컴퓨터 매니아에게 이런 기술발전이 도덕적 치명타 밖으로 벗어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는 것만이 문제로 남을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런 글쓰기의 습관은 글을 전체적인 면보다는 단편적 모듈의 조합으로 소화해내는 사고습관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렇다면 다른 면에서 가상의 공간을 독자적으로 가지는 전자 글쓰기의 한 형태를 훑어본다.

PC통신공간으로 대표되는 가상공간이다.

그 공간에서의 말투는 일상적 어투와 아주 다르다.

일상언어와 달리 변형되고 그 공간의 참가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단어와 문장구성으로 나타난다.

연철, 격음화,유아적 발음,생략법 등등의 특징에서 그 각각의 원인으 그리 중요하지 않다.

또한 한글을 신세대가 망치고 있다고 탄식하는 맞춤법 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다만 주목하고 싶은 바는 아무리 속어와 은어를 잘 쓰고 PC통신 어투에 익숙한 신세대일지라도 일상 대화체에서까지 이런 언어를 끌어들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즉 그들만의 전자글쓰기의 언어표현 형태는 어디까지나 사이버 스페이스에 한정되어있다는 말이다.

이런 공간적 전자글쓰기를 좀 더 부연해보자. 이런류 전자글쓰기의 특징에는 주 가지 면이 작동한다.

첫째는 흔히 누설되는 화두이듯 가상공간이 갖는 익명성이다.

익명성이란 성격은 가상공간을 규정짓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공간의 여러 행동양식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앞에서 언급한 PC통신어투란 것은 일상공간에서의 실명이란 정체성을 가상공간에서 일상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노출됨을 꺼리는 익명의 화술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내적인 규정성 외에도 원근감있게 바라보면 그 자체가 공간이기에 갖는 성격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간의 정체성을 확보시켜 주는 배타성이다.

다른 공간과의 차이 내지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배타성은 기타의 공간에서 보여지는 행태와 변별되는 행동양식으로 보여지게 된다.

특히나 가상공간은 시공을 점유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특징적 행동양식이 표출되는 방식은 언어/문자라 기표를 통해서일 뿐이다.

말하자면 사이버 스페이스에 사로잡힌 매니아들은 자신들이 속한 또 하나의 공간의 정체성을 이미 체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사용양태를 그들이 속한 다른 일상적 실공간에까지 직접 차용하려고 안하는 것이다.

바로 그들만이 속한 자신들의 익명의 패스워드로 출퇴근하는 공간이므로! 물론 그 공간의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층들이 또다른 그들만의 공간에서 사용되는 언어양식과 전체적 닮은골은 공요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실명이자 익명인 그들이 동시에 걸쳐있는 공간들의 언어방식이 서로 교섭시키고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닮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스페이스의 독창적 언어가 직접적으론 실생활에 차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공간은 이미 젊은 층에게 충분히 가상이 아닌 실존공간으로 자리한다고 봐야 할것이다.

그렇기에 PC통신 어투의 직접적 파급력을 신세대 언어의 황폐로 직결시켜 이해하는 것은 무리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전자 글쓰기의 두가지 형태인 비공간적 글쓰기와 공간적 글쓰기는 신세대 글쓰기와 언어생활의 두 가지 중축을 형성하고 있다.

비공간적인 전자 글쓰기는 스스로의 공간을 갖지 못하는 성격상 실생활 공간과 직접 닿아 있기에 신세대의 글쓰기 전반과 나아가 사고방식 및 그들 집단의 문화적 특질에 중요한 수맥역할을 해 주고 있다.

그에 반해 가상공간이라는 독자적 공간을 갖는 공간적 전자글쓰기는 그 참여자들의 독창적 언어를 외부 실공간에 파급시켜 신세대의 언어특질을 이룬다기 보다는 공간 그 자체로 신세대의 문화전반 차원에서 하나의 독자적 구성성분을 이룬다.

그것이 우리가‘전자글쓰기’란 신조어를 정의함에 앞서 그리고 신세대 언어행태를 이해함에 있어 한 번 쯤은 나누어 생각해봐야 할 전자 글쓰기의 두 가지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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