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춤패「디딤」의 「내사랑 한반도2」

민족춤패「디딤」이 우리민족의 숨통을 시시각각 죄오는 우르과이라운드의 실상을 그린 「내사랑 한반도2」는 28일 (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했다.

이미 89년 4월 반전바핵을 주제로한 「내사랑 한반도1」을 무대에 올려 화제가 되었던 「디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우루과이라운드가 우리 민족에게 미치는 피해를 춤으로 승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내사랑 한반도2」는 각기의 엇물린 내용전개에 따라 모두 3장의 형식으로 이뤄진다.

1장은 「산유화」라는 부제로 사물의 은은한 소리에 맞춰 그다지 동적이지 않고 서정적인 동작으로 우리 농촌의 전원적인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춤사위도 현대 무용이나 발레, 그렇다고 고전무용도 아닌, 기존의 쟝르에서 해방된 사위를 구사하고 있는데, 씨부리는 장면을 춤으로 나타내고 괭이질하는 모습들을 관객이 쉽게 알 수 있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관객 역시 부담없이 그동작 하나하나에 심취되어 나름대로 춤의 해석을 해보도록 유도되고 있다.

2장의 「내사랑 한반도」는 평화로운 우리땅,우리민족 앞에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모자, 시거를 입에 문 미국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무대 귀퉁이에 붉은 조명을 받고 등장한 검은 남자는 무리지어 있는 우리 민족을 음흉히 바라보고,불안에 떨며 공포에 차있는 무대위로 미국국가가 흘러나온다.

이 미국 국가는 이제까지 사물로 배경음악을 처리한 것과 달리 신디사이저로 장엄하게(?) 울려퍼지면서 사물소리를 휘갈아 버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처음의 노동하는 시위를 다시 재현한다.

그러나 이미 그 춤은 처음의 활기있고 부드러운 동작은 아니다.

힘들어 하고 박자에 안맞는 동작과 지친 몸짓의 어눌함은 잔업철야에 지친 노동자와 폐해진 농촌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농민의 모습이다.

철체속에 끝나는 2장을 뒤로 갑자기 무대위의 동작들은 커지기 시작한다.

느린 춤사위는 사물소리의 빨라짐에 맞춰 미친듯이 어울어지고, 발작하는 환자의 모습처럼 무대는 온톤 광란의도가니이다.

바로 반우르과이 라운드 함성을 나타낸 3장「부활하는 산하」이다.

이제까지 흐르는 듯한, 녹아내린 농도의 춤이 이제는 힘 위주의 강한 형태로 바뀐다.

그러다 갑자기 무대를 휘감는 독가스! 최루탄을 연상시키는 흰 연기에 쓰러지는 사람들위로 장송곡이 흐르면서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산하를, 민족을 짓누른다.

관객은 「이젠 끝이구나!」라고 느끼게 되는데 이때 다시 한번 반전이 일어난다.

꿈틀거리는무대위에 서서히 정립하는 민중들, 아까와 다르게 이번엔 목숨을 건 비장에 찬 투쟁의 모습들이다.

이어 무대를 가르는 구성에서 수탈과 파괴에 대한 강한 거부의 몸짓을 절제된 형식으로 형상화해 낸다.

물론 내용의 전달에 있어서 극이나 문예물처럼 직접적인 전달이 아니여서 관객이 춤 전체를 이해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격한 동작과 정적인 동작의 융화로--무엇보다 노동하는 모습에서 유출된 동작으로 보는이의 감정을 적절하게 이끌어냈다.

기존의 관념적 유희로싸 현실을 외면한 박제된 아름다움의 도구임을 탈피하고 이시대 이땅의 춤판으로, 이번 춤은 우리 민족의 문제를 뼈저리게 고민하게 해주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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