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예 계간지를 살핀다

숨막히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었다.

계간지들도 서둘러 가을호를 내놓고아 현시기 각분야의 기민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는 문학과 관련한 계간지 가을호를 점검함으로써 지금시기의 문학계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문학관련 계간지들은 이번 가을호에 일제히 리얼리즘을 특집으로 꾸미고 있어 흥미롭다.

80년대 후반의 문학계가 민족문학논쟁으로 뜨거웠다면 90년대에는 리얼리즘 논쟁이 문학계의 중심이될 조짐이 보인다.

「실천 문학」가을호에서는 「다시문제는 리얼리즘이다」라는 큰주제아래 이후에도 계속 리얼리즘에 관한 생산적인 논쟁이 이어질수 있도록 리얼리즘 상설란을 마련키로했는데 여기에는 문학평론가 윤지관, 최유찬,서민형,유문선,김동훈씨의 글이 실렸다.

이글중에는 「창작과비평」가을호에 실린 백낙청교수의「사회주의 리얼리즘론과 엥겔스의 발자끄론」과 시각차가 존재하는 글이 있어 주목을 끈다.

사실 현단계의 리얼리즘 논의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리얼리즘의 방법적원리인 디테일의 진실과 전형성에 관한 논의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다.

백낙청교수는 사회주의리얼리즘을 구현하는데 있어 「창작방법과 세계관 논쟁」을 소개하고, 발자끄는 기왕의 사회주의 리얼리즘논에서 설정한 「비판적 리얼리스트」의 모습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19세기의 진정으로 위대한 리얼리스트들 중에서는 「비판적 리얼리즘」의 개념에 가장 근접하는 작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민형씨는 당파적 현실주의에서 다양한 양식이나 형식 실험수법의 활용이 가능한 근거를 해명하고, 엥겔스의 창작방법의 인식에 대비되는 예술방법을 인식론주의에서 현실인식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소개하였다.

또 조정래씨의 「노동해방문학의 논리」평론을 예술창작방법론에 대한 실용주의적 시각과 편의적이해라고 평가한 것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서민형씨는 백난청교수가 양분법자체를 인정하면서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독자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비판받는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한 루카치에 동조하면서 혁명적 낙관주의는 새로운 현실주의에 정면으로 재치되기 때문에 비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문선씨는 「남한 리얼리즘론의 전개과정」에서 70년 초반부터 80년 후반까지의 리얼리즘의 방법, 성과들과 문학적 과제들을 정리하고 있다.

또 김동훈씨의 「북한학계 리얼리즘 문학의 비판적 검토」에서는 북한학계 논쟁의 쟁점을 사회역사적배경들과 더불어 살피고 있다.

「한길문학」가을호에서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는 퇴조할것인가」의 주제로 김규종씨의 글을 싣고 있는데, 페테스트로이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소련의 작가와 비평가들사이에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원칙에 각이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의 논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김씨는 모든 논쟁참여자들이 두가지 공통점을 보이는데, 첫째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자기부정의 노선을 거친다는 것과둘째, 올바른 사회주의이념구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투쟁의 광장에서 성장하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이처럼 리얼리즘 논의는 바로 지금부터라는 것을 알수있다.

여태까지의 논의는 일반론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문예 이념을 놓고 벌인 논쟁은 논의의 무성의함에 비해 생산물이 적다는 비판을 받아온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노동문학을 비롯한 진보적 문학 창작자들, 비평가들사이에 리얼리즘논쟁이 일것으로 보이며, 이의 문학적 성과는 주목해 볼만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가을, 예술과 생활과의 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문학은 어떠해야만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을 가을계간지와 함께 풀어내는 것도 보람있는 일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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