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를 위한 투쟁에 예술도 동참해야”

‘공산주의 혁명가 맑스와 문예 미학?’ 맑스라고 하면 으레 사회·경제 이론을 떠올리는 우리에게 맑스의 미학 이론은 생소하다.

맑스의 미학 이론은 간단히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으로 요약된다.

참여주의에 근거하는 맑스주의 미학은 예술 작품을 현행 생산관계들의 총체성에 비춰 해석하려 한다.

예술은 특정 계급의 이해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회적 생산관계를 반영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철학자 허버트 마르쿠제는 예술과 생산관계 사이에는 일정한 연관성이 있어 결국 예술과 사회계급의 연관으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맑스주의 미학을 정리했다.

정치와 미학은 일치하는 경향이 있으며, 리얼리즘은 사회적 관계에 잘 부합된다는 점에서 가장 올바른 예술 형식이라는 것이다.

결국 맑스주의자들은 기존 사회를 ‘바꿔야 할 현실’로 간주하고 사회 변화를 위한 투쟁에 예술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맑스 코뮤날레의 ‘맑스주의와 문예·문화이론’ 부문에서 ‘맑스주의 미학에 대한 재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경원대 정남영 교수(영어영문학 전공)는 과거 맑스주의 미학 이론을 지배하던 핵심적인 사상을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작품과 작품 외부 세계의 관계를 반영으로 본 것이다.

이 반영론에 따르면 예술작품은 수동적이고 2차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반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그 대상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남영 교수는 이에 반발해“예술작품은 고도로 복합적인 표현성을 띤 특수한 현실”이라며 “작품과 현실의 관계는 반영이 아니라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작품은 작가의 창조적 표현일 뿐만 아니라 가상적인 현실의 표현이다.

표현론에서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표현적 주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반영론이 현실의 반영에 갇혀 대중의 소외를 야기시킨 데 반해 표현주의는 표현의 방법과 범위를 열어놓음으로써 다수의 해방과 민주주의를 경험하도록 한다.

이어 우리의 근대문화를 연구하는 모임 ‘문화연구 시월’의 하윤금씨가 ‘맑스주의와 문화연구: 패러다임 위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문화 연구는 1980년대 저항적 문화였던 ‘민중문화’에의 대항으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시작됐다고 말했다.

문화 논의가 1970년대 엘리트주의적 예술 중심에서 1980년대에 민중지향적 노동자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1990년대에는 탈근대 담론 속에서 대중주의적 접근이 등장했다.

그는 이 양상이 영국 문화연구의 방향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맑스주의를 문화연구의 핵심으로 끌어들인 것이 영국의 문화 연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흐름은 초기 우파 정치학과 많은 부분 비슷해 이론적 패러다임의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인문학 연구회 ‘문예미학회’의 양종근씨가 ‘리얼리즘과 생산이론’을, 중앙대 강내희 교수(영어영문학 전공)가 ‘계급투쟁의 의미생산과 문화정치’를 논문 형태로 자료집에 실어 국내에서 맑스주의 문화이론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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