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의적 실천 강조로 새로운 지평 제시

첫째날 오후4시∼6시 서강대 손호철 교수(정치외교학 전공)의 사회로 ‘맑스주의의 확장과 비판’을 주제로 한 논의가 전개됐다.

이 시간에는 전남대 윤수종 교수(사회학 전공)·인천대 이구표 교수(정치학 전공) 등이 네그리·푸코·칸트와 들뢰즈의 이론과 맑스주의의 흐름과의 관계에 대해 발표했다.

#네그리와 맑스: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이탈리아의 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흐름의 중심 인물이다.

그는 자본주의를 자본의 움직임에만 기초해 파악하려는 맑스주의 흐름에 노동의 정치경제학을 대입시킨다.

노동을 통해 자본주의가 움직여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노동에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나아가 네그리는 맑스의 이윤론을 재해석했다.

생산의 범주인 잉여가치는 유통을 통해 사회적 범주인 이윤이 되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사회적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맑스가 임금을 자본에 종속되는 요소로 파악한 것에 반발, 노동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하려 한다.

자본의 주체가 이윤이라면 노동의 주체는 임금이라는 주장은 노동의 정치경제학과 맥을 같이한다.

실천적 관점에서 네그리는 노동자들의 자생적 투쟁을 특권화해 노동 운동을 고취시켰다.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혁명전략은 권력의 장악이 아니라 대중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며 이를 통한 자율적 삶의 확장으로 권력과 그 재현인 국가장치의 사멸에 초점을 둔다.

이 점에서 네그리의 자율주의적 사유와 실천은 맑스의 혁명사상을 탈근대적으로 확장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푸코와 맑스: 푸코의 담론실천 개념과 맑스주의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직접 맑스를 인용하기보다 담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맑스에게 접근한다.

맑스에 대한 푸코의 언급은 두 가지 상반된 주장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맑스의 정치경제학적 사고가 근본적으로 19세기의 인식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맑스가 근대의 역사적·정치적 의식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푸코의 ‘담론’개념에 비춰볼 때 이 주장은 모순이 아니다.

푸코는 맑스를 전통적 의미의 저자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란 무엇인가」(1969)에서 푸코는 맑스를 ‘담론실천의 창시자’라고 부르며 담론을 하나의 완결된 지식체계가 아니라 ‘열려진 실천’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맑스는 프로이트와 더불어 서양 사상사 최초로 담론의 실천성을 밝혀냈을 뿐 아니라 그것을 근본적 윤리의 원칙으로 삼아 ‘담론의 끝없는 가능성’을 확립시켰다.

맑스와 푸코의 담론은 역사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재정립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칸트, 들뢰즈를 경유한 맑스 네그리는 저서 「제국」을 통해 근대적 주권국가의 역할은 약화되고 전세계를 지배하게 된 제국의 네트워크적 권력과 그에 저항하는 다중간의 직접 대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제국주의가 제국으로 대체되고 근대적 거대정부가 붕괴하면서 맑스적 코뮈니즘이 실현될 조건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근대화의 위험을 넘어서기 위해 독일의 철학자 칸트와 맑스의 만남이 필요한데, 이때의 칸트는 육체를 가진 생명의 견지에서 물질과 정신을 바라보는 제3의 관점을 취한다.

하지만 칸트의 철학은 사회적 관계가 주체 형성의 내재적 조건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회적 관계들의 재배치’가 요구된다.

이 ‘배치’의 개념 자체는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주요 개념이지만 사실은 사회적 실천들의 복잡한 관계와 구성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됐던 맑스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