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향파, 예술과 정치를 함께 추구하다

‘나오라! 시인이여! 미술가- 음악가/ 거리로 나오라! 나와서 소리치라!/ 언제까지나 탑 안의 올챙이떼 되지 말고……// 민중-민중-민중/ 굳세게 나가라! 앞으로-앞으로/ 도시의 민중-향촌의 민중/ ‘모-터’의 음향을 좀더 확대하라!/ 태양의 호흡을 좀더 깊게 하라!’(적구, <가두의 선언>(1927) 중) 1920년대는 식민 통치와 사회주의 이념의 유입 등으로 혼란한 시기였다.

이에 문인들은 1925년 ‘운동으로서의 문예’를 내걸고 카프(KAPF,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를 결성, 신경향파 문학 흐름을 형성했다.

김기진의 「붉은 쥐」(1924)는 최초의 신경향 소설이다.

가난한 룸펜인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피묻은 채 죽어있는 쥐를 보고 ‘붉은 피 묻은 쥐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의 생활’에 환멸을 느껴 강도로 돌변한다는 내용이다.

또 김기진은 ‘정치가나 시인보다도/ 꾹 다물고 있는 화강석과 같은/ 인민이야말로 더 훌륭한 편이 아닐는지’(<화강석>(1924) 중)와 같은 문제의식이 담긴 시도 다수 발표해 신경향파 문학의 기틀을 다졌다.

「탈출기」(1925), 「홍염」(1927) 등을 쓴 최서해도 이 시기 대표적 문인이다.

그는 간도 유랑민의 처절한 가난을 묘사함으로써 현실을 비판했다.

「홍염」의 마지막 장면의 ‘적다고 믿었던 자기의 힘이 철통같은 성벽을 무너뜨리고 자기의 요구를 채울 때 사람은 무한한 기쁨과 충동을 받는다’는 구절은 식민통치와 가난한 소작 계급이라는 당시 조선 민중의 두 가지 어려운 상황을 대변한 것이다.

이 외에도 「철야」(1926)의 박영희, 「인력거꾼」(1925)의 주요섭 등이 활동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신경향파 작품들은 앞으로의 전망 없이 절망적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쳤다.

이에 1927년 카프는 ‘자연생장으로부터 목적의식성으로,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라는 모토로 제1차 방향전환을 감행, 사회구조적 모순과 이에 맞서는 인물·생각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기 시작한다.

‘짓밟히고 주리고 쫓겨가면서도/ 숙명과 전통의 지평선 밑에서 자는/ 동면의 ‘생’과 ‘반역’이 자라나오게 민중에게로’(이호, <행동의 시>(1927) 중) 처럼 시에서는 감상적인 반항보다 현실에 대한 ‘반역’을 서술적으로 표현한다.

소설 속에서도 계급의식을 고취시키는 인물이 등장, ‘우로 말고 아래로 파들어가자! 개, 도야지의 고통 속으로! 온 세계 무산대중의 고통 속으로! 특히 백의인의 고통 속으로!’(조명희, 「땅 속으로」(1925) 중)라고 외친다.

이 외에도 「고향」(1934)의 이기영, 「늘어가는 무리」(1925)의 송영, 「과도기」(1929)의 한설야 등이 이 시기 많은 작품을 썼다.

이처럼 삶과 예술이 함께 녹아있는 1920년대 신경향파 문학은 예술성과 정치성을 모두 이뤄내고자 했던 당시 지식인의 치열한 현실 의식이 일궈낸 문학사적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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