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예술 지향에서부터 사회주의 이념 반영까지… 다양한 문학작품 쏟아져

1920년대 문학의 흐름은 일견 서구 문예 사조의 부단한 수입으로 점철된 듯이 보인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시기의 문학은 춘원 이광수와 육당 최남선이 대표하는 전 시대의 계몽주의적인 문학을 부정하면서 출발한다.

「창조」와 「폐허」, 「백조」 등의 문예동인지들이 첫머리에 온다.

1920년대 중기로 접어들면서는 사회주의 사상을 좇는 일군의 문학인들이 카프(KAPF)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좌파 문학 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이에 맞서서 비좌파 문인들 역시 세를 이루게 돼, 이후 1930년대 중반에까지 이르는, 문단의 좌우 대립 상황이 이뤄진다.

복잡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 문학 경향의 부침을 두고 ‘우리의 근대문학사는 이식문학사’라는 규정까지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문예사조들의 등장을 가능케 한 추동력을 따져 보면 사정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결론을 당겨 말하자면, ‘진정한 근대문학’을 수립하려는 당대 문인들의 열망이야말로 1920년대 문학사의 다채로움을 빚어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의 탐구를 기치로 내건 김동인이 춘원의 문학을 문학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나, 현실의 변혁에 복무하는 문학을 지향한 김기진, 박영희 등이 춘원뿐 아니라 동인의 문학까지도 부르주아적인 것이라며 부정한 것은, 사실 애국계몽운동기의 문학자들이 국문소설개혁론을 통하여 전대의 소설류를 부정하고, 춘원 이광수가 자기 이전의 모든 문학을 문학이 아닌 것인 양 사고한 바와 동일한 맥락에 놓여 있다.

이들 모두 ‘진정한 문학’, ‘참된 근대문학’을 수립코자 하는 열망에서, 기존의 문학을 부정하고 새로운 문학을 제창한 것이다.

이를 두고, 상이한 시신(詩神)을 섬기는 자들간에 생사를 건 인정 투쟁이 벌어진 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 근대문학 형성기에서 이러한 사정이 가장 극렬하게 드러난 때가 1920년대이다.

예술지상주의적인 자세에서부터 문학이라는 범주의 고유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이를 정도로, 문학형들간의 편차가 가장 심한 것이 이 시기이다.

예컨대 현진건의 「빈처」에서는 ‘예술가 되기’가 인생 최고의 목적인 양 그려지는 반면, 신경향파에서 카프에 걸치는 좌파 문인들의 시나 소설은 문학 작품의 형식적인 특성을 갖추는 것부터 부정하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입장의 차이가 생겨났던 사실과 관련해 두 가지가 말해질 수 있다.

문학은 그 외양의 측면에서든 내용의 측면에서든 특정하게 규정될 수 없으며 서로 대립하는 문학형들간의 차이를 낳는 힘은 문학의 경계 내에서 찾아질 수 없다는 것, 즉 문학에 관한 모든 사유 및 그 실제적 결과들은 실상 이데올로기에 젖어 있다는 사실이 한 가지이다.

특정 문학형에 기반하지 않고 1920년대 문학의 전개 양상을 공정하게 볼 경우 이러한 결론을 부정할 수 없다.

다음 한 가지는, 문학의 양상을 결정짓는 데 있어 작용하는 두 가지 힘이 바로 주체의 이념과 현실의 규정력, 다시 말하자면 당대인들의 지향과 시대 상황이라는 점이다.

1920년대 문인들 대다수는 10대 중반경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서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고 돌아온다.

그들이 처음 배운 것은 ‘참사랑’, ‘참개인’, ‘참예술’ 등 서구 근대사회가 제시하는 추상적인 가치들이며 나중에 습득한 것은 사회주의 이념이다.

1920년대 초기 동인지문학은 앞의 가치들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과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의 좌절로 자신을 색칠하고 있다.

낭만주의적인 동경의 불길이 일본 유학이라는 문인들의 이력에 기인하는 반면, 좌절을 이끌어내는 힘은 식민지 궁핍화의 길을 밟고 있는 현실에서 유래한다.

이 좁은 현실에서 자신의 공간을 찾지 못하는 의식의 불행이 1920년대 초기 소설의 정조를 낭만주의적인 것으로 만든 것이다.

반면, 의식의 지향성이 현실 문제의 해결로 방향을 잡아 현실의 불행을 폭로하고 그 변혁을 꿈꾸게 될 때 1920년대 중기 이후의 사실주의 문학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좌파 문학 운동이 태동하게 됐다.

이렇게 문인들의 지향성과 시대 상황의 길항관계 속에서 상이한 문학형들이 생겨나고 서로 투쟁했던 것인데, 이러한 사정을 생생히 보여 준다는 점에서 1920년대 문학은 문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 주고 사고를 열어 주는 원천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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