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병리학·컴퓨터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 1·2연은 여러 사물들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사물에 이름 붙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각 사물에 ‘기호’를 부여함으로써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생각할 수 있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한언어학회 이익환 회장은 “뇌·마음의 작용이 직결된 언어 행위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 행위에 대한 총체적 연구로 연결된다”며 “사회·인종·문화 연구 및 병리 현상의 치료 등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고 언어학의 의의를 설명한다.

언어학은 인간이 의사소통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언어 자체를 연구하는 순수 언어학과 여기서 수립된 언어 이론을 다른 학문 분야에 접목시켜 연구하는 응용 언어학으로 나뉜다.

이러한 언어학은 기원전 2세기 말경 고대 인도에서 시작,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근대·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고대 인도에서는 구술을 통해 경전을 전승하는 과정에서 음성학과 문법연구가 발달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각 도시국가들에서 사용된 언어간 차이로 인해 방언 연구를 시작했고, ‘알파벳’ 문자체계를 만들었으며 ‘문법’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정의해 유럽 근대 언어학의 기초를 마련한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은 사색적 방법에 기반한 사변 문법을 등장시켰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무역·탐험 등의 증가로 각 나라의 국어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각 언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비교 언어학’과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전통문법 방법론’이 나타났다.

이 때까지 언어를 단순히 사고의 도구로 봤던 관점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가 발견되고, 19세기 신문법학파가 등장하면서 언어 자체에 대한 과학적 연구로 바뀐다.

신문법학파는 ‘언어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역사적 방법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역사 언어학에 치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세기 초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 구성 및 변천의 체계를 연구하는 ‘구조주의 언어학’을 창시했다.

이 시기 미국에서는 인류학에 바탕한 ‘기술 언어학’이 발전해 특정 시기의 언어 구조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현대언어학자 촘스키도 이를 바탕으로 변형생성문법이론을 만들었다.

현재 언어학은 철학·심리학·병리학 등 각 학문분야와 언어학을 접목한 ‘응용 언어학’이 주류를 이룬다.

중앙대 장영준 교수(영어영문학 전공)는 “거대한 패러다임 속에서 움직이기보다는 개별 학파나 학자가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나라는 7·80년대 촘스키 언어학이 주도적이었지만 요즘에는 인지언어학·코퍼스 언어학 등 새로운 대안들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언어학 연구는 1946년 서울대에 언어학과가 개설된 후 8·90년대 고려대·부산대·부산외국어대·충남대·한국외국어대에 언어학 관련학과가 설치됐고, 그 외에는 개별 언어를 통해 각자 언어학을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어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우리 학교 정대현 교수(철학 전공)는 “기존의 학문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언어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문이란 자연 및 사회 현상이 언어적 구조로 서술된 것이기 때문에 학문의 근본요소인 언어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어학을 공부하고 있는 서울대 윤지애(언어·2)씨는 “언어학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학문”이라며 “언어학과가 없으면 말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이며 이는 언어적 존재인 인간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우리도 교과 과정 속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언어를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지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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