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적잖이 고민했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정해야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 내 고민을 푸는 실마리가 돼준 것이 바로 이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다이 호우잉 지음, 다섯수레, 1991)이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삶의 크고 작은 변화에 호들갑떨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소설에는 이상과 신념을 위해 정치 운동에 가담했고, 그 속에서 인간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다.

1957년 중국의 ‘반 우파 투쟁’에서부터 ‘문화 대혁명’을 거치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나는 당장의 현실 변화에 따라 성급하게 실망하고 좌절하곤 했었다.

친구의 사소한 잘못에 토라졌고, 현실의 작은 장애 앞에서 바로 인생을 비관하곤 했었다.

그런 나로 하여금 여유를 갖고 인생을 길게 볼 수 있게 해준 것이 이 책이다.

특히 숱한 정치적 격정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지켜낸 호젠후와 손유에의 사랑은 내 애정관의 주춧돌이 됐다.

두 사람은 영혼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고, 때로는 잃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다는 ‘마이너스 사랑법’을 가르쳐 줬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유일한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아직 ‘부자’라고 자부하며 살고 있는 데에는 이 책이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몇 년에 한번씩 묵은 책을 치워내면서도, 이 책만큼은 10년이 넘도록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안은주 선배는 주간지 ‘시사저널’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시절 각종 시위를 쫓아 다니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순수하게 공부를 열심히 해보고 싶단다.

또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은데 우리 것을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웠다며 지금 이화에서 세계적 인재로 발돋움하려는 후배들은 판소리·전통 악기 등 ‘우리 것’ 한 가지쯤은 익혀뒀으면 좋겠단다.

그는 “어느 곳에서든 떠날 무렵이면 가장 빛나는 사람이 돼있어야 한다”며 매 순간 치열하게 살 것을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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