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간 연계 통해 시너지 효과 기대...깊이없이 수박 겉핥기 될 수도

현대 사회는 다재다능한 전문인력을 요구하는 사회이다.

따라서 다양한 전공을 접하고 새로운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주는 연계학문을 공부하려는 학생의 수가 점가 증가하는 추세다.

학문의 가치를 따질 때 직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는 요즘 학생들의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 1∼2년전부터 연계·통합전공 등 여러 학문간 학제적 접근이 발생·확대되고 있다.

우리 학교는 동아시아학·미술사학·여성학·멀티미디어학·전자상거래학 ·NGO 등 11개의 다양한 연계전공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학의 경우 컴퓨터학, 언론홍보영상학, 교육공학 전공, 시각정보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 안의 몇몇 과목들이 재결합돼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한 것이다.

다른 대학들 역시 ‘연합전공제’, ‘연계전공제’란 이름으로 간(間)학문적 전공 과정을 신설했다.

서울대의 경우 2학기부터 두 개 이상의 학문 분야를 결합하거나 지역연구·비교문학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학제간 연구가 가능하게 하는 ‘연합전공제’를 도입했다.

이처럼 대학 사회 내에 학문간 연계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복잡다양하게 변해가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우리 학교에서 ‘NGO’ 연계전공 주임을 맡고 있는 강철희 교수(사회복지학 전공)는 “새로운 사회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새로운 학문이 탄생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라며 “사회 현상에 대해 한 학문이 독점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현상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다양한 학문들의 접합 부분들을 연결시켜 현상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멀티미디어학’ 연계전공 주임을 맡고 있는 정재삼 교수(교육공학과)는 하나의 쟁점이나 사건이 많은 이해관계자·관계부문에 각각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마치 다양한 분야에서 멀티미디어를 필요로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분석한다.

또 현상이 발생하는 속도는 빠른 반면 지식화가 늦은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식이 현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사회 변화에 민감한 연계학문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대의 요구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분야에 걸쳐 실시하기 때문에 학문적 깊이가 없이 자칫 ‘수박 겉핥기’식 학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학생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경우 충분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연계학문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기존의 것, 각 학문의 독자성을 없애면서 마구잡이로 섞어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더더욱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학제간 연구가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에서 긍정적인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다.

강철희 교수는 “학문간 연계 현상은 ‘학문의 정체성이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부분에서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반대로 새로운 학문의 정체성은 다양한 접근을 통해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정재삼 교수는 “기존의 또는 새로운 각 분야는 그대로 중시되면서 필요한 부문에 간학문적인 접근이 강조돼야만 학문간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연세대 교무처 측도 2000년 2월 연계전공제 실시를 발표하면서 “연계전공제는 다양성·유연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학문간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름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행처럼 번져가는 학제간 연구가 학문적 가치를 찾지 못하고 말 그대로 ‘유행’으로 끝나버릴 우려가 있다.

학문간의 연계가 본래 취지를 잘 살려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세분화된 학문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문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강철희 교수는 “사실 연계학문들이 학문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아직까지 독립된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학문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고 학문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하나의 전공으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재삼 교수는 “연계학문이 단지 통합만 돼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학문 또한 발전을 거듭하면서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아실 기자 guevara@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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