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순정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부드러운 인상의 멋진 남성···. 그가 활짝 웃어보이는 순간 환상은 무참히 깨지고 만다.

바로 허연 뻐드렁니 때문이다.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사람들은 평생동안 간직될 환한 웃음을 얻기 위해 수백만원의 비용과 수 년에 걸친 치료기간도 기꺼이 감수한다.

교정기는 그 가짓수를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러나 각각의 장치들에 대한 성능의 차이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같은 진단을 받은 환자라도 의사의 선호도에 따라 장치의 선택이 달라져왔다.

이에 이대 동대문 병원 전윤식 교수(치과학 전공)는 어떤 종류의 교정기가 환경적 요인이나 개인 차 등이 배제된 동일한 조건 하에서 교정치료에 가장 효과적인가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교정치료는 치아이동을 통해 치아의 상태를 바로잡아주는 치료가 대부분이다.

치아에 교정기를 통해 물리적인 힘을 가하면 뿌리 부분부터 치아가 이동한다.

따라서 어떤 교정기가 성능이 좋은가를 알기 위해서는 착용했을때 치아이동 상태를 비교해야 한다.

기존의 치아이동실험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경우 치아이동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각각 동물이 가지는 골격, 근육, 음식물 씹는 습관 등의 변수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 객관적인 조건에서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인공치아를 통해 실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열을 가해 파라핀 왁스(paraffin wax) 재질의 인공잇몸을 녹여 치아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기존 실험은 인공잇몸이 밖에서부터 녹아내려 실제 치아이동과 같은 "뿌리"부터의 치아이동을 관찰할 수 없다.

전교수는 이에 착안, 칼로리픽 머신을 개발해 치아이동실험을 하고 있다.

칼로리픽 머신은 열공급 장치와 인공치아로 구성된다.

열공급 장치는 바이메탈 원리를 적용해 일정온도에 도달하면 열공급을 차단했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열을 공급한다.

즉, 치아 내부에 일정한 온도의 열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특히 칼로리픽머신은 기존 실험과 달리 인공잇몸 내부에 열을 가함으로써 인공치아임에도 실제 치아이동과 유사한 잇몸 내부, 치아뿌리부터의 치아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것은 인공치아의 재질을 개발함으로써 실현됐다.

95년 1세대와 2세대 칼로리픽 머신에서 전교수는 인공치아 전체를 금속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치근부(치아의 뿌리부분)와 치관부(치아의 머리부분)전체가 금속재질로 된 인공치아는 열을 가했을때 급속도로 달아올라 순식간에 치아 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여러 개의 치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치아이동을 관찰하기 힘들었다.

이에 98년 3세대 칼로리픽 머신에서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해 치근부는 금속으로, 치관부는 합성수지로 된 새로운 인공치아를 사용했다.

새로운 인공치아는 서서히 열이 전달되고 왁스로 된 인공잇몸이 속에서부터 녹아 실제의 치아이동과 같이 인공치아가 잇몸 속 치근부부터 서서히 이동하게 된다.

98년 국내특허를 획득한 전교수의 칼로리픽 머신은 실험방법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권위있는 미국교정학회지에 논문이 게재될 예정이다.

한달에 두번 대학보건소를 찾아 이화인들과 직접 만나는 전교수는 자상한 모습으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만점이다.

연구를 하면서 예전에 꿈꾸었던 엔지니어의 소망을 이루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전교수. 자상한 아빠같은 인상의 그이지만 자신이 만든 인공치아를 조심스레 손에 들고 설명하는 눈빛만은 아직도 호기심 어린 소년의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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