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한가위를 맞으면 어김없이 고향으로 향하는 가족의 대이동, 꽉 막힌 도로 한가운데서 온 몸이 쑤시도록 차 안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참는다.

조금이라도 안밀릴 때 움직이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행사에 불참할 방도를 궁리하는 일은 드물다.

달력을 보면 똑같은 빨간날인데도 우리는 광복절이나. 개천절·삼일절 등 보다 구정이나 추석을 더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휴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최준식 교수(한국학과)는 이러한 한국인의 성향이뿌리깊은 가족주의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교에서 비롯된 가부장적·가족주의적 집단주의와 서열중심적 권위주의가 한국인 가치관의 근간을 이룬다는 주장이다.

12일(수) 학생문화관 303호에서 진행된<만남, 대화의 광장> 시간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최준식 교수와 학생들 간의 단촐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왜 지금 우리가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하느냐는 것. “혼자 강연하면 지루할테니 질문을 받지”그러자 한 사람이 손을 든다.

“국가개념이 사라지고 실질적인 지구촌화가 진행되면 모두 세계인이 될 이 시점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습니까?” 그러나 최교수는 세계가 하나가 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정치·경제 ·사회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교류되겠지만 자국의 고유한 문화는 오히려 그 색채를 더해갈 것이라는 학계 일각의 전망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교수는 신석기 시대까지 합하면 7천여년 정도의 축적기간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게다가 최고의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의 여파는 적어도 2∼3백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한국적인 그 무엇’다시 말해 한국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문화적 통합감은 종교, 그리고 그에 따른 종교적 의례(통과의례)를 통해 전수된다.

대표적으로 장례식을 살펴보면 한국 대부분의 병원 영안실에는 목탁소리와 예배·유교적 곡소리가 뒤섞여 있어 중국인됨을 장례식에서 배우는 중국의 경우와는 대조된다.

ㅗ치교수는 예전의 국제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열광적으로 한국팀을 응원하다가 경기후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얘깃거리가 됐던 일을 언급하면서 한국인의 집단주의는‘가족’에 집착한 본능적 동질의식 수준이고 이러한 통념은 지역주의·연고주의 등의 발로가 된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