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성... 이 뿌리깊은 화두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제4회 이원학술제 둘째 날-20일(금)의 주제는 "탈식민성과 글쓰기"였다.

18일(수) 진행된 "깊이이의 모색"에 이어 "지평의 확대"는 각자의 전공을 기반으로 학문연계 통합연구를 도모하는 대학원 연합학회의 성과물을 나누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학문연구 및 그 내용을 기술하는 방식-예를 들어 논문을 쓰는 형식에 대해 공통적인 답답함을 느낀 원우들은 학회를 구성, 토론, 연구세미나를 가졌다.

그들은 명확한 대안모델까지 형상하진 않았으나 어쩌면 그런 모델을 사상정한다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식민적 구속이 될 수도 있겠다) 올바른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동안의 고민을 "문제는 글쓰기다", "학문연구의 탈식민성 문제", "자생적 글쓰기의 맥락찾기", "대안적 글쓰기의 모색"이 라는 네 부분의 발제로 각각 소진형(정외과 석사1학기), 최정윤(신방과 석사3학기)., 정현옥(국문과 석사2학기), 조미영(철학과 석사3학기)씨가 정리한 후 한일대 김영민 교수(철학과)가 강연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서 문제의식인 발로인 "식민성이란 일제치하 식민지 근성이라는 좁은 의미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외부세력의 사상적 지배가 있어왔고 학문분야에서 외국이론이 많이 수입되고 있는 상황만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학문을 하는 중심은 따로있고 나는 단지 열심히 따라가서 배우고 주변으로 돌아와 풀어놓는 것이라는 생각의 민연을 말한다.

다시말해 소외된 주체가 자기자신의 삶과 문제를 인식하기도 전에 애국사상에 권위를 부여하고 가까이 가기를 견쟁적으로 갈망하는 이사회의 현실을 함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거듭 복제, 재생되는 우리의 담론은 뿌리가, 스타일의 깊이와 역사가 없다"며 시류의 대세만을 쫓는 학문을 정신적 졸부 현상에 비유해 비판한다.

이러한 우리의 사고와 지식을 "글쓰기"라는 그릇에 담는 작업 역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용과 형식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융합적인 것이기에. 소진형씨는 "번역어투와 같은 언어표현 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규격화된 상품을 만들어내듯 과학적 객관성이란 이름 하에 강박이 돼어버린 글쓰기 틀에 봉착해서는 대체 주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 창조된 열매로서의 글이 아니라 형식에 주제를 맞춰 찍어낸 글을 쓰는 불합리. 원우들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레포트나 논문형식에서 얘기를 시작해 잃어버린, 아니 어쩌면 만들어보지도 못한 우리의 문체와 틀을 한탄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이미 "토하나의 문화"라는 출판문화운동과 "일상문화연구회", 조혜정, 김영민 등 여러 단체와 사람에 의해 고민돼 왔다.

김교수의 표현대로 "글과 듯 사이에 긴장을 타는 글쓰기"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이 표현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쨋든 앞서 언급한 탈식민성의 문제를 고민하며 대안적 글쓰기를 모색하는)글들은, 거대한 체계나 추상적 학문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표현이 우리의 이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들은 저마다 철학적 글쓰기와 시적 글쓰기의 고리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완전한 글쓰기에 이르려 하기도 하고 논문적 글쓰기 속에 문학적 감성과 분위기를 가미시켜 일상적 문화를 질감있게 표현하고자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텍스트 속에서 완벽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이나마 몸 속에 피처럼 흐르는 자기 삶의 사상과 문화를 마음에서부터 발현해나가는 방식을 터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앎의 권리원천이 삶을 느끼는 것은 노력한 만큼 얻어질 수 있다.

자신을 포함한 학인들을 향해 "각자의ㅇ진솔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름의 생활방식과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계발해 나가려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피력하는 김교수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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