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에프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재편’,‘자본의 세계화’라는 말들을 흔히 듣게 된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이러한 무한경쟁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즉 경제위기가 도래한 근본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벌어진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생존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발맞춰 학계 또한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연일 위기를 단시일내에 타개할 수 있다는 대안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현실적이다’라고 할 수 있겠으나 현실모순을 짚어내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학문의 사회적 위상에 비춰볼 때 학문이 단지 상황 해결에 급급해 근본모순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렇듯 학문이 그 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문의 기초적 연구가 이뤄지고 사회에 지식인을 배출하는 대학과 대학안에서의 학문을 고민하는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하나로 ‘또 하나의 대학운동’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하나의 대학운동’이란 대학교육과 학문을 교육 주체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를 생산해 내는 ‘대안적 운동’이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교육운동연대회의는 지금의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이미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학문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통한 학문의 서열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교육운동 연대회의 집행국 정성진양은 “대학은 특정한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는 학문이 아니라 다수를 위해 평등하게 적용되는 학문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며 “자본의 논리에 따른 실용학문 위주의 이공계 편향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교육운동연대회의는 또한 그동안 학생회 중심으로 이뤄졌던 등록금 투쟁이나 학부제 반대투쟁 등 사업위주의 교육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어느 사안에 대한 비판과 반발만이 아닌 지역사회와 연계고리를 맺어 지속적인 상호교류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대학이 지닌 지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댐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댐 건설이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환경영향평가’를 대학 자체적으로 또는 사회단체와연대해 연구하고 결과를 정책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지역연대 사업을 벌여 나갈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로 ‘과학상점운동’을 제안한다.

관악과학상점운동특별위원회(과학상점특위) 최종민군(서울대 전기공학과·4)은 “이공계 학생들의 연구나 개발이 이후 ‘직업’을 통한 이윤재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적용되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운동연대회의는 이러한 학문의 공공성을 담보해 내기 위해서 ‘통합적 사고’를 하는 인간 양성교육을 강조한다.

학문을 단순히 자신의 부와 명예획득을 위한 것이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고하는것이 아니라 작게는 지역사회 나아가 인류의 문명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회를 올바로 판단, 개혁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교육에서 학문간의 유기적 연계성을 강조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지식을 사회에 올바로 적용하기 위한 과학적 사고에 대한 커리큘럼이 그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교육운동 연대회의 집행국 이명희양은 “지금의 학부제는 학문간의 연계교육을 통한 전인적 인산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시행되고 있으나 인위적 통합으로 인해 인기학과에 다수의 학생들이 몰리면서 학문이 서열화되고 있다.

”고 지적한다.

‘교육운동연대회의’나 ‘과학상점특위’의 이러한 활동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으나 그 한계점 또한 지적된다.

한국철학연구소 연구원 강범석씨는 “이런 운동들이 학문을 공부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자체적인 반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소리 높은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 그 한계점”이라며 “자체적 비판이 선행될 때에만 참여율도 높고, 비로소 학문의 사회적 공공성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에서의 학문의 위상은 어느 시대나 논쟁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돼 왔다.

더욱이 경제위기 속에서 기존의 학문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러한 논의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학안에서의 학문이 소수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갈 때에만 비로소 그것은 대학내의 ‘고인물’이 아니라 사회로 흘러가는거대한 ‘강물’로 거듭날 수 잇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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