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연구원과 아시아여성학센터는 26일(목) 인문대 교수관 111호에서 "아시아여성학 교과과정 개발을 위한 국제 워크샵-Building Women"s Studies Curriculum in Asia"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워크샵은 97년 10월~2000년 9월까지 3단계에 결쳐 추진하는 "아시아 여성학 교과과정 개발 사업"의 1차년도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이 사업은 아시아 지역의 여성학 교과과정 개발을 통한 고등교육기관내 여성학 제도화를 목적으로 하며, 본교와 미국 UB(the United Board for Christian Higher Education in Asia)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다.

1차년도(97년 10월~98년 9월)에는 이번 3월 워크샵에 이어 9월에 2차 워크샵이 있으며, 2차년도(98년 10월~ 99년 9월)에는 각 국가별로 지역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3차년도(99년 10월~ 2000년 9월)에는 그동안의 사업을 기초로 본교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 각 국의 사업결과를 평가하고 아울러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번 워크샵에 참가한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필, 한국 등 아시아 8개국의 저명한 여성학자 20여명은 여성학 교과과정 및 교수법, 학과제도, 연구소 활동 등 각 국의 여성학 발전현황과 여성학 관련 주요 이슈 및 이론 등을 발표했다.

아시아에서 여성학은 7~80년대에 시작됐으며 국가마다 여성학의 도입 계기와 전개, 발전 양상이 다르다.

국립 필리핀대학 여성학 센터 캐롤린 소브리치아 교수는 필리핀의 여성학이 25년여 역사를 가지며, 현재 60여개 대학에서 다양한 여성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편 중국사회과학원 리인허 교수(사회학과)는 "여성학"이라는 학명이 1982년에야 중국에 소개됐으며 현재 대학내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여성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여대 여성학센터 소장 구니코 후나바시 교수는 일본군이 아시아 지역 여성에 대해 자행한 폭력, 즉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여성문제를 이슈화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했으며, 이는 여성문제 해결이 국제적인 여성간의 협력과 이해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각 나라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성학 이슈와 발전양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여성학이 여전히 주변학문으로 존재하고 있는 데서 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이라는 제도안에서 여성학이 학과로 인정되지 못함으로써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고 여전히 "여성학이 왜 필요한가", "여자들이 살기가 이렇게 좋아졌는데 아직도 여성학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대학내 동료교수들조차 여성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26일(목)의 공개 워크샵에 이어 27일(금) 비공개 워크샵에서 장필화 교수는 "여성학은 단지 여성의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외된 사람이나 계층, 집단의 문제를 포괄하며 나아가 환경문제를 초래한 인간중심적 세계관의 한계를 보완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휴머니즘"이라고 정의했고 여성학 교과과정 모델로서 가부장제를 분석틀로 하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를 기초로 참가자들은 아시아 지역 여성학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이론 및 개념틀, 여성학에 적합한 교수방법의 문제 등에 관한 그룹 토론을 진행했다.

마지막 날인 28일(토)에는 그동안 참가자 각자가 속한 국가, 지역, 대학안에서 여성학을 연구하고 제도화해 온 노력과 경험, 그리고 공통된 어려움 등을 서로 나눴다.

또한 각자가 속한 국가·소속기관의 배경에 따른 차이 및 앞으로의 발전 전략 등을 토론했다.

이들은 앞으로 서로 긴밀히 협조하고 공동연구 사업을 추진하는 등 연대를 통해 여성학 발전을 도모하기로 결의했다.

특히 이번 워크샵에 참가한 여성학자들은 여성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나 대학의 교수 혹은 기관장들이어서 아시아 지역 여성학 발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책임자로 주목되고 있다.

여성학은 1960년대 서구에서 여성운동을 배경으로 태동했으며 70년대부터 아시아 지역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후 아시아 각국은 자국의 문화적·역사적·경제적 특성에 따라 나름대로 여성학 연구와 이론, 제도를 발전시켜 왔고 최근에는 여성학이 점차 하나의 학문분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여성학의 서구중심성에 대한 비판, 즉 여성학이 서구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발전해 옴으로써 비서구권에 속한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배제돼 왔다는 비판적 성찰은 여성학계내에서 아시아 지역 여성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서구 여성학"을 준거로 "아시아 여성학"을 차별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간의 혹은 여성 집단간의 다양성을 포괄해 내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이같은 배경에서 이번 국제 워크샵은 아시아 지역 여성학 교과과정 개발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통해 아시아 지역 여성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서로 경험을 나누고 이해함으로써 학문공동체를 구성하고 국제적인 여성 연대를 강화하는 주요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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