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가상대학이 시범 및 실험운영에 들어가면서 정보통신기술이용의 교육적·학문적 효용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실시돼온 인터넷 강좌를 평가·반영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많은 대학이 정보화 추세에 다른 정보통신망의 확산을 기반으로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수업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교 역시 96년 2학기부터 교구과에서 공모·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강좌를 실시해 왔다.

96년 2학기~97년 2학기가지 이뤄진 재택수업(Online교육)은 공용통신망을 이용한 것으로 교수와 학생들은 같은 PC통신업체에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한 기업체를 통해서만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학기부터는 Netscape Navigater(3.0이상)의 본교 홈페이지내 인터넷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돼 정보접근이 보다 용이해졌다.

특히 인터넷 강의실은 강의록·공지사항·레포트함·공개자료실·Q/A·자유게시판·토론방·대화방·수강생정보로 구생돼 있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한편 타대의 경우 학개중에 학점이 인정되는 강의로 개설된 인터넷 강좌는 없으나 일부 과목에서 보조수단으로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는 학교의 지원없이 몇몇 교수가 개인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활용하고 있으며 경희대는 정기고사 모범답안이나 레포트 총평 등을 온라인으로 올려 평가피드백에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강좌에서는 어떤 진리의 획익적 공유보다 담당교수가 제시한 학문적 울타리안에서 학생이 스스로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진호교수(경영학과)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정보를 사냥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며 "논의가 한족으로 치우칠 경우에는 반대논리를 제시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관점을 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인터넷 수업의 관건을 강의록이 아니라 토론방의 활성화 정도와 수준이라 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검증받는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지식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방법을 습득해 나간다.

김혜숙 교수(철학과)는" 교실에선 묵묵부답이던 학생들도 글을 써서 올리는 것에는 과감함을 보여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토론방의 효과를 말한다.

또한 인터넷 강의실에 토론내용과 레포트들이 모두 보관되는 점도 생각의 공유와 지식축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수가 너무 많아 토론을 통한 교수와 학생간의 즉각적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것이다.

박승수교수(컴퓨터학과)는 "`컴퓨터의 응용"과 같은 실습위주의 수업은 지금의 150여명도 큰 무리가 없지만 토론위주의 강의는 토론진행과 학생관리의 효율성을 고려해 학생정원이나 수업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강생이 50여명인 `예술과 사상"의 경우 교수·학생간에 1:1의사소통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으나 학생수가 120여명에 이르는 `서양 근현대사의 이해"나 `경영과 사회"등은 개별적이고 지속적인 학생관리의 어려움이 지적되고 있다.

이외에도 기반시설 부족과 컴퓨터 활용교육의 미비 및 수업참여 비용의 부담 등이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강희망자는 기본적으로 PC통신과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486급이상의 PC장비를 구비해야 하며 엄청난 전화비 등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 실습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새공간을 초월한 재택수업이라 할 수 없으며 그나마 오후5시면 폐실될 뿐 아니라 구내 Netscape설치 단말기들은 성능이 떨어져 이용하기 매우 불편하다.

이처럼 하드웨어 자체가 보편적으로 보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강좌를 실시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린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정보통신망 교육의 장기적 목표를 생각할 때 오히려 새로운 정보계급이 창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터넷 강좌는 분명 교실수업의 대체물은 아니다.

조지형교수(사학과)는 "동일한 시공간에서 교통·교감할 수 있는 대면수업의 장점이 인터넷 강좌로 대체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정규수업의 성격에 따라 효율적으로 인터넷 수업을 활용해 효과를 최대화시켜야 한다"고 밝힌다.

교육과 학문연구 분야에서 인터넷 강좌는 방대한 학습자료와 지식들을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새악과 논쟁의 기회를 풍부히 제공하고, 즉각적인 학문활동과 사고확장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하나의 도구일뿐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미래사회에 수업이 전부 인터넷으로 이뤄질 것이냐 아니냐보다는 인터넷을 어떻게 하면 학문발전에 유용하게 이용할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다.

학교당국도 그저 막연히 정보화 시류ㅍ에 맞춰 인터넷 강좌를 확대 실시하고 교실수업과 병행하겠다는 식의 두리뭉실한 정책으로 대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뚜렷한 기준과 명확한 계획이 없다면 인터넷 강좌도 창의력 개발도 교육기회 확대도 화려한 구호 위에서 표류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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