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롤랑 바르트는 1980년 교통사고로 불구의 몸이 된 자신의 육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스타일리스트이다.

또한 학위라고는 소르본느의 학사학위밖에 없으면서 콜레쥬 드 프랑스 교수로서 전세계에 새로운 학문으로서 기호학을 세우고자 한 야심적인 존재다.

「현대의 신화」는 그의 텍스트 가운데에서도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읽혀지고 가장 자주 인용되는 텍스트로 알려져 있다.

즉 이 책은 오늘날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현대 고전이며, 그는 이 텍스트에서 ‘신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상정함으로써 소쉬르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됐지만 한동안 세간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기호학을 되찾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신화’라는 개념은 현대 물질 문명의 온갖 현상들이 마치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신화처럼 익숙한 것이 돼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런 것으로 착각하게끔 만드는 사회현상을 가리킨다.

그리고 기호학은 현대사회의 도처에서 부딪치게 되는 위장된 ‘신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다 체계화한 분석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분석과 함께 기호학이 이미 현대사회와 문화에 관련된 가장 뛰어난 분석적 방법론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의 신화」가 차지하고 있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현대의 신화」에서 바르트만의 참다운 글쓰기의 매력은 느낄 수 있는 것은, 흔히 생각하듯 텍스트 후반부에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의 신화’와 같은 기호학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이론적인 글이 아니라 오히려 전반부에 실려있는 구체적 사례분석이다.

비록 프랑스 일상적 삶을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고 잇음으로 해서 느낄 수 있는 약간의거리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프로레슬링을 하는 세계’로부터 ‘가르보의 얼굴’과 ‘스트립쇼’에 이르기까지 무려 53개에 달하는 사례들은 오늘날 산업화된 소비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삶과도 절대 무관할 수 없으며 나아가서는 우리들 자신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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