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연구원 통일문제학술세미나- ‘외국의통일사례를 통해 본 한반도 통일과 여성’

식량난의 심화·탈북자 증가에 따른 북한사회 내부동요 등이 알려지면서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붕괴를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 통일에는 많은 비용과 희생이 따른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구체적인 통일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여성연구원은 ‘외국의 통일사례를 통해 본 한반도 통일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11월 28일(금) 오후 1시 인문대 교수관 111호에서 제5차 통일문제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독일의 통일과 여성정책’을 발표한 김선욱교수(법학과)는 우선 통일협약시 여성들의 참여 부족으로 낙태에 관한 규정, 사회법 및 노동법상의 규정 등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제정됐음을 전제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통일후 구동독 여성들은 노동시장 조건의 변화와 탁아소 등 양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 축소, 그리고 실업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할당제의 확대로 여성의 정치참여가 꾸준히 증가했고 여성정책 또한 발전적으로 수립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통일후 구동독주에는 평등지위 담당관제도가 도입됐고, 여성과 직업·평등법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여성담당관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와 관련 94년에는 ‘연방남녀평등권법’이 제정돼 국가의 평등권실현 의무를 더욱 분명히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독일의 경우 국가적 통일은 이뤘으나 내적 통일은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말한다.

여기서 내적통일이란 구동독인의 적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에 의해 조건지워진 구동독과 구서독 사람들간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심성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러한 내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 수십년간 축적된 정보 및 의사소통 장애를 극복하고 서로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후 ‘독일통일 이후 동독 여성의 생활변화에 관한 사례연구’에서 김해순씨(독일 Gustrow 한독학연구소장)는 통일이 동독 여성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결과 그들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김선욱교수의 발표를 뒷받침한다.

그녀에 의하면 현재 동독 여성의대부분이 일의 강도와 작업시간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으며 일의 과정 역시 비인간화돼 가고 있다.

또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예전에 가졌던 정신적 유대감 대신 무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가족간의 대화까지 단절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교수는 “동독 여성의생활 변화에 대한 사례연구는 통일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통일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의 여성의역할을 강조한다.

한편 함인희교수(사회학과)는 ‘베트남 통일의교훈 : 여성의 통합과정을 중심으로’에서 베트남 통일이 여성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한국 여성이 겪게될 변화를 예측한다.

함교수에 따르면 베트남과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간에는 몇가지 유사점이 존재한다.

첫째 베트남과 북한은 충분한 수준의 생산력 발달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산당 주도하의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했다.

이에 따라 체제내 모순을 지양하기 위한 정치, 교육 등 상부구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둘째 이들은 외세에 저항해 해방과 통일을 이룩한 실질적 당사자라는 사실로부터 정통성의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셋째 중국식 유교의전통 위에 맑스-레닌주의를 접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성을 보인다.

그러나 일찌기 안정된 리더쉽을 견지해온 베트남과는 달리 북한의경우 강력한 개인숭배 및 카리스마에 기초한 유일체제가 확립되면서 부자승계를 통한 권력승계가 이뤄졌다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민족주의적 성격을 지닌 베트남의 사회주의는 가족에 기초한 사회적 재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의 출산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또한 사회정의와 평등의 실현이라는 이념에 따라 국가가 모든 성원들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진다는 원리를 도입, 전통적으로 성별 분업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여성의 경우 정치적 수동자로서 자신의 문지네 의견을 정택에 반영시킬 수 없었다.

아울러 사회주의 인간형에 대한 우월성의 강조는 사회통합의 방향을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설정함으로써 통일의 대싱이 되는 남베트남 주민들의 적응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은 ‘국가권력에 대한 접근력’으로부터 소외된 여성을 시장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으며,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여성의 실업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논의 이후 함교수는 “한반도 통일에 있어 우리가 어떠한 통일을 지향하는가하는 문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행하는 ‘인간형’과 ‘사회모델’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 통일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여성의 역학과 남북한 여성의 동질감 회복방안, 그리고 여성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철저한 준비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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