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연구소는 "여성의 노동과 경제적 지위"라는 주제로 19일(수) 오후3시30분 이화·삼성 교육문화관 101호에서 제1회 국내 학술회의를 개최, 개발전략과 여성의 경제적 지위와의 관계 그리고 동구탈사회주의의 개혁 과정에서 여성노동의 사회경제적 역할과 지위 변화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는 "세계정치와 경제의 현안들"이라는 주제하에 1회의 "다자간 환경의 정치 경제", 제2회의 "민주 국가에서의 정치적·법적 쟁점"에 이어 진행됐다.

우선 "개발전략과 여성의 경제적 지위: 남미와 동아시아 지역의 유형비교"를 발표한 함인희교수(사회학과)는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역동성속에 "여성과 발전론"을 접합시켜 국가의 개발전략이 여성의 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한다.

Boserup에 의해 시작된 "여성과 발전론"은 Boserup의 여성노동주변화론, 과잉착취론, 포스트모던계열의 논의를 중심으로 기존의 남성중심적 혹은 서구중심적 시각을 비판한다.

여성노동 주변화론에 따르면 서구 자본의 유입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은 제3세계 저개발국 여성들을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시켰을 뿐아니라 전산업사회에서 여성들이 누리던 지위 및 영향력까지 약화시켰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일을 분리하는 서구중심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나타난 주변화논의는 근본적으로 근대화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함인희교수는 "주변화 논의는 개발과정 자체가 성·계급·인종간의 불평등을 이용해 보다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며 성불평등의 보편성을 전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잉착취론은 이러한 주변화 논의에 대한 한계를 극복해 자본은 최대의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까닭에 가장 값싼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집단, 예를 들어 여성·소수민족 등을 착취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기존의 성차별구조를 이용, 성에 따라 분리되는 분절노동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용이하게 만든다.

한편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에서 제3세계 여성들은 발전 개념에서부터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 깊이 내면화돼있는 서구 중심성과 백인여성 중심성을 비판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함교수는 라틴 아메리카와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을 중심으로 개발전략이 여성의 지위를 규정하는 방식을 비교·분석한다.

1950년데 라틴 아메리카는 원료 및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전략의 취약성을 절감하고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는 중심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을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함께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했다.

또한 자본집약적 중공업 중심의 개발전략으로 남성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고용됨에 따라 성별 노동시장분절화 현상이 강화, 여성의 불안정한 지위가 더욱 악화됐다.

반면 동아시아 신흥공업국가의 경우 수출주도형 개발전략에 따라 국가주도하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세계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나갔다.

그 결과 라틴 아메리카와는 달리 외국자본의 종속과 연계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또한 증가했다.

그러나 이렇듯 상이한 양상에도 불구하고 라틴 아메리카와 동아시아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모두 동일비교가치의 남성노동에 비해 현저히 낮다.

뿐만 아니라 성별직종 분리현상의 가속화로 인해 여성의 노동이 비공식 부문, 즉 영세한 규모 하에서 행해지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활동에로 집중됐다.

그리고 현재는 기술혁신 및 자동화의 영향으로 개발국의 고용 불안정 및 직업 상실이 야기돼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 함인희교수는 "기존의 여성정책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에 주력했다면 앞으로의 정책은 참여의 질적 상황 및 조건의 평등을 이루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힌다.

이후 "동구 탈사회주의 개혁과 여성 노동"을 발표한 진승권교수(사회학과)는 체코와 헝가리를 중심으로 개혁 과정에서 여성노동의 고용구조, 남녀 임금격차 및 실업상태 변화를 분석, 여성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변화에 대해 고찰한다.

진교수에 의하면 전통적으로 동구사회주의체제에서는 여성해방과 평등이념 아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전문직종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수준은 여전히 낮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가사와 사회활동을 모두 담당해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소련을 비롯한 동구국가에서 진행된 경제개혁은 동구 노동시장의 여건을 구조적으로 크게 변화시켰다.

여기에서 진교수는 체코와 헝가리를 중심으로 여성의 취업구조, 여성임금, 여성실업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설명한다.

우선 취업구조면에서 이들 나라는 여성노동력의 부문간 이동을 보이고 있다.

즉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던 여성의 비율은 감소한 반면 교육·공공행정·유통업 및 금융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의 남녀간의 임금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편 실업에서 체코의 경우 전반적 실업수준이 헝가리에 비해 상당히 낮았으나 여성의 실업율은 헝가리와는 달리 남성보다 높았다.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지역적 연구는 신자유주의적 질서개편으로 여성노동자가 더욱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러나 대부분 공식적 통계의 의존했기 때문에 각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미흡했을 뿐아니라 개혁과정에 있어 여성노동운동을 간과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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