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자동차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일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자국산업보호차원을 넘어 조세주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관세율을 조정하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횡포가 부당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301조는 1974년 미국 통상법 제301조에서 309조에 이르는 일반 301조와 88년 종합통상법에 기초한 슈퍼 301조 및 지적재산권분야에 관한 스페셜 301조를 일괄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통상법 301조는 수출 촉진으로 인한 미국경제의 성장과 고용 증대를 목적으로 지난 74년 제정됐다.

통상법 301조에서 교역대상국의 불공정한 무역제도 및 법에 대하여 조사와 보복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이래 88년 종합통상법에서는 슈퍼301조를 처음 도입했다.

이는 89~90년 불공정무역정도가 심한 국가를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우선협상대상관행에 대해 조사개시와 협상, 보복조치를 단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됐다.

이후 94년 3월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부활, 94~95년에 한시적으로 운용키로 했다가 95년 이를 97년 말까지로 연장시키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행정명령에 의해 부활한 슈퍼 301조는 불공정국가는 지정하지 않고 불공정무역국 관행만 대상으로 하고 잇다는 점에서 종합무역법에서 도입한 슈퍼301조와 차이가 있다.

이 때 우선협상대상국관행으로 지정되더라도 바로 슈퍼301조가 발동하는 것은 아니며 21일 이내에 조사개시 여부결정 후에 조사개시된 건에 대하여 추후 18개월도안 협상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 301조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표방하는 WTO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따라서 국제경제의 공정성을 내세우는 미국이 ‘규범’에 의한 합리적인 해결을 외면한 채 ‘힘’에 의한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것은 불공정을 초래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슈퍼301조는 통상마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품목뿐 아니라 301조가 발동된 해당국가의 모든 상품에 대해 무차별적인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어 미국의 대표적인 통상압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슈퍼301조의 부당성은 명확하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자동차시장개방문제를 우선혀상국관행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하여 향후 이를 WTO에 정식 제소키로 한것은 적절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책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미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1백70만대이상 우리차를 수입해 간 우리나라 최대의 자동차 수출국이자 최대의 교역국이다.

게다가 자동차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것이 현실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약점들로 인해 협상이 정치적현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에 이르러 우리의 대응책이 일관성을 잃지 않을까하는점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농산물검역, 컬러TV, 반도체, 주세 등에서 미국과 계속적인 통상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강력대응방침이 추후협상과정에서 변질되거나 축소된다면 향후 토앙현안에 좋지 않은 영향과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정부의 일관적인 통상정책 수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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