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 비판

50, 60년대에도 과학기술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정책들이 추진됐으나, 본격적인 의미에서 우리나라에 과학기술 정책이 도입, 시행된 것은 국가과학기술정책을 종합하고 조정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과학기술처가 중앙행정부서로 발족된 67년 이후의 일이다.

70년대에 들어와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AIST)’과 같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대적으로 설립, 기술능력이 취약했던 민간기업들의 기술적 수용에 부응하게 했다.

80년대에는 정부의 ‘기술 드라이브’정책을 반영해 핵심전략기술에 대한 국책연구개발사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과학기술정책의 초짐이 맞춰졌다.

90년대에도 과학기술정책의 기조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국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사업의 실행, 민간기업의 기술혁신활동에 대한 지원이 과학기술정책의 커다란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저항감을 불식시키고 국민들의 과학기술 수용석을 높이기 위한 과학기술의 대중화 정책이 주로 정부가 주도하는 홍보와 계몽을 통해 추진돼 왔다.

물론 이외에도 과학기술처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정부부처들이 다양한 내용의 과학기술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은 그 역사의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산업기술 눙력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아직도 많은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먼저 과학기술투자의 문제를 들 수 있겠다.

정부는 언제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소리높여 외치기는 했지만, 실제로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액의 증가율은 일반예산 증가율에는 크게 못미쳤다.

또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지나치게 산업기술 중심으로 짜여서 기술능력의 토대가 되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인색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은 세계적으로 매우 낙후돼 있어 과학기술의 종합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과학기술정책이 주로 대기업들만이 많은 혜택을 받도록 추진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장관이 바뀔때마다 변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이 거의 유지되지 못하고 있고, ‘전시행정’이 많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처의 위상문제도 있다.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처의 종합적 조정·주관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에서부보다 하위인 처의 자리에 자리함으로써 각종 정책경정이나 예산집행과정에서 실질적인 저정력을 가질 수 없게 돼 있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과학기술정책이 경제정책과의 차별성을 전혀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과학기술정책은 산업경쟁력을 고양시키기 위한 경쟁력정책으로 자신을 묶으 둠으로써 스스로를 경제정책의 일부로 전락시켰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국민삶의질 향상이나 복지향상, 환경문제의 해결, 사회적 안전성 재고 등은 항상 부차적인 것으로 취깁됐다.

이는 자원분재의 양태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투자의 배분을 보면 96년 현재 공공복지를 위해서는 전체의 19.8%만이 할당돼 있고, 산업과 국방 쪽으로 67.4%가 소요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은 시민들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정책의 입안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거의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정책결정이 관료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제 경제적 효율성의 가치만을 중시하던 기존 과학기술정책의 패러다임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그리고 환경적 가치들을 조화시켜서 시민참여를 보다 촉진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과학기술정책의 결정에는 시민, 혹은 시민단체의 참여를 제도화해 과학기술이 사회적·환경적으로 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과학기술제도와 시민들의 삶에 가져올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파악하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술영향평가(technology assessment)나, 최근 시도되고 있는 유전자목제는 사회적으로 논쟁되고 있는 과학기술상의 이슈에 대한 토론과정에 일반인을 참여시켜 일반인들을 과학기술정책에 반영되는 ‘합의회의’등이 대표적인 참여의 모델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정책의 형성과정에 시민참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것은 과학기술의 궁극적인 우리 인간들의 삶의 질인 행복의 증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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