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4시9분. 카메라를 들고 등굣길에 지나친 버스정류장에 다시 갔다. 이대부고 정류장에 있는 ‘바비톡’ 광고 때문이다. ‘대한민국 1등 뷰티 정보앱’ 딱지가 붙어있는 이 광고에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살펴보는 여성의 그림 위로 크게 ‘바비톡 할까?’라는 문구와 혼잣말을 표현하듯 작게 ‘뭐가 그렇게 맛있었냐...’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도 문구와 그림의 부조화가 눈에 띄었다. 그림 속 여성의 허리는 한 줌에 잡힐 정도로 가늘게 표현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내 허리는 한 줌에 잡히지 않는데, 그럼 나도 시술을 알아봐야 한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적 앱 다운로드 440만 건을 기록한 ‘바비톡’은 병원 정보뿐 아니라 수술 후기, 부작용 사례 등 성형 수술 전반에 대한 정보가 모여 있는 플랫폼이다. 해당 앱은 바른 성형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동경하던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선택을 돕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줌에 잡히는 허리를 보고 살이 쪘으니 성형 정보를 알아봐야겠다는 내용의 광고는 단순히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것 이상의 작용을 한다. 불특정 다수가 자기 외모를 부정적으로 재평가하고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성형 수술을 추구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가격부터 부작용까지 꼼꼼하게 알아보고 받은 성형 수술로 얻는 아름다움의 시작에는 자칭 ‘착한 플랫폼’이 자극한 자기혐오가 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뭐가 그렇게 맛있었냐..."라고 혼잣말 하는 여성의 그림. 김영원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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