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에 불행해지는 방법 알려줄까?” 3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까지도 내 뇌리에 박혀 있다. 쉬는 시간에 공부하는 아이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친구와 반 뒤쪽에서 조용히 얘기하던 중 난데없이 고개를 든 불행이었다. “내가 저 애보다 못난 점 하나씩만 빠르게 생각하면 30초 안에 30개의 단점이 생겨. 30번 불행해지지.”

불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방법이 번아웃에 빠진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 남과 나를 비교해 30개의 단점을 얻으면 내 삶에 경각심을 느끼고 다시 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미련한 짓이었고 행복을 위해 불행해지는 법을 이용하는 모순적인 선택이었다.

비교는 절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 불행해지는 방법에서 ‘비교하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특징을 인지하고 그 특성이 자신에게도 있는지 대입해본다. 차이점을 발견했다면 사회와 본인이 만들어 낸 판단 기준에 따라 우열을 가린다. 비교를 통해 우등의식이나 열등의식을 갖게 되면 몇 시간 정도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내 하루를, 한 달을 치열하게 우열을 재며 살게 된다. 결국 내 껍데기는 무력감 속에 잠겼고 내 알맹이는 분노로 태웠다.

나 자신을 벼랑 끝에 몰아넣고 나서야 너덜너덜해진 자존감을 발견했다. 현재가 비참하게 느껴졌던 나는 밤에 자고 일어나면 과거든 미래든 다른 시간대로 가 있기를 빌 정도였다. 그제야 불행해지는 법을 따르지 않게 됐고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불행해지는 법은 ‘비교를 통해 열등감 갖기’로 정리된다. 불행하지 않으려면 비교하지 않든지 혹은 우열을 따지지 않으면 된다. 상대방의 특장점을 나에게 대입하지 않는다. 차이점이 보이더라도 우열을 가르는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나와 상대방의 성격, 능력, 견해 차이를 그 자체로 인정한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서쪽으로, 남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매우 어렵다.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지만 감정 없는 기계만이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지 않는 일이 가장 어렵기에 처음에는 차이점을 찾지 않으려 노력했다. 상대방의 장점을 찾으면 내게도 그런 장점이 있는지 살펴보기보다 칭찬 한마디를 건넸다. 내 주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한 후에야 내 모습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부족한 점이 많아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부족한 내 모습이 못났다고 생각하기에 자존감이 낮은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성격상의 단점, 부족한 능력 등 모두가 여러 개의 안 좋은 얼굴을 갖고 산다. 나의 우울한 얼굴, 지친 얼굴의 존재를 인정하고 생기 있는 얼굴을 개성으로 삼아 부족한 내 모습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당장 당신의 자존감이 바닥을 쳐 궁지에 몰렸다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잠시 동안 복잡한 바깥세상에 관심을 꺼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은 무엇인지, 특별히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은 언제인지 찬찬히 살펴보자. 본인에 대해 공부하고 나면 자기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나보다 못난 누군가가 있어서 내가 나은 사람이 아니고,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내가 단단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믿는 내가 있기에 어떤 시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30초 만에 불행해지는 법을 사용하더라도 나는 더 이상 불행하지 않다.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는 것을 지양하지만, 무의식중에 비교하게 된다면 나의 못난 면을 발견하더라도 그게 나의 아픔이 되지 않는다. 못난 모습이 있어 내가 해내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고 특출난 면모로 부족한 점을 보듬어 목표를 이뤄낸다.

당신의 모자란 모습을 채찍질할 사람이 세상에 너무나 많기에 자신은 그 모습을 보듬어 끌어안기를 바란다. 타인의 자랑을 부러워하기보다 본인의 개성에 뿌듯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아깝지 않다. 타인을 통해 나를 보지 말고 본인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며 믿는 것이 자존감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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