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과학기술운동 흐름

“공대를 예로 들면 대학은 학생들을 시장에 팔릴 상품으로 만드는데 충실해야 하죠. 그것이 바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이제 공대는 삼류물리학가를 양성할 것이냐, 일류기술자를 양성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죠” -조선일보 교육관련 과담기사중 어느 공대 교슈의 발언 × × × 이공계학생들은 오늘도 무거운 원서를 들고 학교에 간다.

세계화 시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 논리에 따른 사회흐름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기 위해. 그러나 이런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가장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대 공대저널(공대 저널)·자연대 신문(자대 신문), 연세 과학 등은 “과학기술의 생산자가 될 이공계 대중에게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것이 신화임을 지적하고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한다”는 연세과학 편집장 양준영군(생물·3)의 말처럼 과기운의 대중적 전파를 위한 공통된 노력을 보이고 있다.

과기조노와 연계가 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연구회(과기연)의경우, 과학기술정책(과기정책)에 관심을 기울인다.

김영삼정부의 과학기술정책비판을 준비중인 과기연 회장 이용태씨(화학과박사과정 1년차)는 “단지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기정책의 내용을 가지고 대선에서 문제제기 하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다.

본교 과학기술동아리 참과학터는 학생운동과 과학기술문제를 결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결성, 초반 반전·반핵 운동등을 중심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과학기술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와 내부적인 고민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이공계 관련 타대의 학회나 동아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언론매체이외의 대학내 과기운이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부족과 단위별로만 진행된 고민이 산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일것이다.

이공계학생들의 경우,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연관성에 대한 교양교육이 전무한 대학에서 학생들은 전공과목에만 몰입하게 되기 마련이다.

또한 90년대 초만해도 전국 과학기술단체모임(전과모)이 과학기술자한마당 등의 행사를 여는 등 과기운의 고민을 한데 묶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으나 지금은 온라인상에서만 교류하고 있는 수준이다.

과학기술동아리협의회(과기동협)의 경우도 협의회로서 실질적 사업을 벌여내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최근 꾸려진 전과모내 새로운 모임이라는 세미나팀의 과학기술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뤄보고자 하는 의욕적인 움직임과 얼마전 회장이 선출된 과기동협에서 과기정책심포지움을 계획중임을 보면 대학내 과기운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은 듯 하다.

또한 “학내 단체와 사회단체의 연계, 대중으로의 문제의식 확산이 과기운을 하는 이공대 신문사의 과제”라는 자대신문 편집장 홍정은 양(화학·4)의 말처럼 과기단체간의 연대에 대한 인식이 자생되고 있다.

이런 자발적 흐름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공계 대주의 삶에 과기운이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예비과학기술자만을 묶어내기에도 힘든 현재의 대학내 과기운이 환경운동이나 여성운동처럼 보편적이고 폭넓은 문제로 대학인 모두에게 인식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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