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01년 신설부터 지금까지 여가부 폐지 주장의 근거는 큰 변함이 없다. 이에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오는 이들이 근거로 제시해 온 세 가지 쟁점에 대해 여성 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여성가족부 기관문양(MI) <strong>출처=여성가족부 홈페이지 기관소개
여성가족부 기관문양(MI) 출처=여성가족부 홈페이지 기관소개

 

쟁점1. 

여가부는 여성이라는 특정성별만을 위한 부처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여가부 폐지를 두고 헌법소원을 지속적으로 제시한 건 여가부가 여성권익만을 다뤄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여가부는 양성평등, 청소년, 가족, 인권보호 크게 네 가지 영역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가부 홈페이지(www.mogef.go.kr)에 올라온 2022년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 원으로 국가 전체 예산의 0.24%이다. 이중 가족정책에 할당된 예산은 9063억 원, 청소년정책은 2716억 원, 인권보호정책은 1352억 원, 여성 및 성평등 정책은 1055억 원, 기타 464억 원으로 여성과 성평등을 위해 활용되는 예산은 7.2%에 불과하다. 여가부가 주력점을 두는 사업은 전체 예산의 61.9%가 할당된 가족정책인 것이다.

여가부는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로 특정 성별의 계급이익을 위한 부처가 아니라 성별 간 격차를 줄이는 평등을 지향하는 부처이다. 여가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로 직역하면 성평등가족기구이다. 영문 명칭에서도 부처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행한 보고서 ‘전문가 델파이조사를 통해 본 여성가족부 20년의 성과·한계·과제’(박선영, 2022)는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의 설치 유무가 성평등이 국가적 의제가 됐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라며 여가부의 목적을 성평등으로 밝힌다.

더불어 위 논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는 전 세계 194개국에 설치돼있다. 여가부와 같이 독립부처로 된 형태가 160개국, 부처의 하부조직 형태가 13개국, 위원회 형이 17개국, 기타 4개국이다. 즉 성평등을 지향하는 기구가 전 세계적으로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쟁점2.

여가부 폐지는 여가부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존립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 측면에서 비판받아왔다. 적절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거나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여가부에 할당된 예산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론이 있다. 이은아 교수(여성학과)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여가부가 가족과 관련된 업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가졌는지를 고려해서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여가부가 성평등 정책을 얼마나 잘 수행해 왔는지와 더불어 다른 부서들이 잘 협력을 해줬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성인지 관점에서 국가 정책에 관여하는 만큼 다른 부처들과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황훈영 부소장은 “여가부는 규모가 작은 부처이기에 권한과 업무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며 “이런 조직 규모로는 핵심 업무인 성차별, 성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의 역량이 실제로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익중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여가부가 부족한 인력과 예산에 비해 효율적인 사업 체계를 구축했지만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역량이 부족했던 점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아동은 18세 미만, 청소년은 9-24세에 해당해 청소년을 담당하는 여가부와 아동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사업 영역이 겹칠 수밖에 없다”며 “2021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며 아동 사업에 주력하는 보건복지부에 예산과 인력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모든 부처가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동일하다”며 예산과 인력이 적게 배정된 이유에는 여가부의 한계도 있음을 강조했다.

 

쟁점3.

여가부 사업들은 다른 부처 권한을 침해한다.

바른인권여성연합 전혜성 사무총장은 “여가부가 성범죄 등 일부 업무에만 개입하고 있어 다른 부처의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정책 집행에 방해가 된다”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여가부가 타부처 사업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여가부는 다른 부처 사업에 개입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이며 이 기능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 권수현 대표는 “여가부가 모든 부처의 정책을 성인지 관점에서 검토하고 개선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투입해 줘야 한다”며 “여가부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이 보건복지부에서 이관받아온 것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업무들을 성평등 관점에서 수행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황 부소장 역시 “전 부처에서 성평등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여가부의 예산과 조직의 규모를 대폭 키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답했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직속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권 대표는 “여가부와 같이 성평등 관점에서 다른 부처 사업에 개입하는 부처가 있어야 성평등 관련 위원회가 정책을 제안했을 때 실행력을 가질 수 있다”며 “이는 김대중 정권 당시 대통령 직속 위원회 대신 여성부를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답하며 여가부 존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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