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립이나 ‘정치’의 기초는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시대의 흐름마다 정당한 정치적 삶의 근거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하나의 이념으로 혹은 갈등하는 사상들로 제기돼왔다.

최선의 정치적 삶을 그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공동선)에 근거한 공동체적 삶으로 파악하는 ‘공동체적’ 이념은 역사적으로 볼대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 이래 공화주의적 이념, 공산주의 이념 등으로 표현돼 왔었다.

현대에 와서 제기되고 있는 ‘공동체주의’이념은 1980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주의의 내용이 개인권 우선의 자유지상적인 신자유주의로 전개되는데 대한 현실적 비판속에서 형성된 일련의 사상적 흐름을 뜻한다.

현대 공동체주의 이념은 고대 정치공동체의 이상과 중세 이후 공화주의적 전통을 복원함으로써 ‘자유지상주의’를 비판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고대 공동체적 이념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정당한 공동체의 내용과 그 근거가 철인왕이라든가 특정 사회계급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 사회 공동구성원인 개인들 모두에게 자유롭고 동등하게 부여돼 있다고 보는 점에서 이전의 공동체적 이념과는 구분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이념이면서도 동시에 자유주의의 커다란 이념틀 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 공동체주의 이념은 근대 개인주의가 가져온 기계론적 병폐를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적 목적론속에서 극복하여 시민적 덕을 함양할 수 있다고 보고, 자유주의적 인식론의 근본 가정인 자아개념에 대한 비판을 통해 사회적 자아개념을 논의함으로써, 자아와 공동체의 관련문제라는 자유주의의 근본적인 철학적 가정을 비판했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자유주의에서 제시하는 일반균형모델인 시장과정론이나 이에 근거한 분배정의론의 정당성도 개인자연권의 절대적 보장을 통해서는 단지 개인의 소유권을 극대화하고 보호하는 겨로가를 가져올 뿐, 그 결과 오히려 자유는 구속되고 정치참여에의 자율성을 잃게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속에서 공동체 주의는 자신들의 정치적 대안, 즉 공동체적 삶을 위한 정치의 이상이란 개인을 포괄적인 정치조직에 참여하게 하고 그들의 하회적 맥락과 정체성에 따라 정의를 분배함으로써 가능한 거싱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공동체주의에 의한 자유주의 비판의 핵심은 정당한 질서로서의 정치의 근거가 개개인의 구너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공통된 목적은 형성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주의 이념이 규범적이고 추상적 대안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이념이 어떤 근거에서 개개인의 자연권과 사적 소유권의 타당성이 있는지 대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데에서 나아가 자유주의의 근본가정이 왜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즉 개별 인간들의 배타적 권리가 자생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를 조화스러운 것이 되지 못하게 만드는 필연적인 근거가 해명될 때만이 공동체를 공동체이게 하지 못하는 장애를 극복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인간의 자연권을 인간 공동체가 향유하는 권리의 내용으로 새롭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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