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이번주 초 ‘여성의 국민연금권 확보를 위한 건의문’을 보건복지부 ·여성특별위원회·정무제2장관실·재경원 및 각 당에 보내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여연이 지난해부터 벌여온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운동에서 이어진 이번 움직임은 여성복지 예산이 낮은 현실 제반 사회보장제도를 검토해 연금제도의 성차별적 요소 개선의 촉구와 아울러 국민연금 제도 일반에 문제제기를 한다.

여성의 국민연금권 문제는 우선 남녀 차별적 법령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이는 우리나라 현행법령이 기본적으로 여성의 생계능력을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전제하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차별법령이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보다 기회를 제한, 배제해 불이익을 주거나 줄 우려를 두는 법령을 가리키며, 이는 성역할 분업론 및 가부장적 전통 가족제도를 근간으로 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불평등과 맞물려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펴낸 「현행 남녀차별법령의 개별법령의 개정방안」에 따르면 “법제정·적용에서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전제, 사회보험법령(국민연금법,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남성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그 처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잇으나 반대의 경우 그 남편은 수혜에 제한을 받으며 (60세 이상, 2급이상의 신체장해자)그 결과 남녀가 동일한 각출을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혜택은 불평등하게 적용된다”며 사회보장부문에서 남녀차별법령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국가가 보조하는 보편주의적 사회보장이 아닌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르는 사회보험적 성격을 지니므로 이러한 구분은 노동시장 참여인구와 비참여인구에 따른 차등적용 및 노동 참여인구내에서도 적용대상과 미적용대상을 야기한다.

즉 여성의 경제활동이 현실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는 여성의 연금가입자 비율도 전체 연금가입자에 대비해 26.1%로 낮은 수위에 있으며, 여성 경제활동 인구 중 연금가입자 역시 26.1%만을 차지한다.

또한 여성 경제활동 인구의 대다수는 피고용자일 때도 국민연금의 ‘당연 가입’대상에 들지 않는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임시직 사업장에 있어 여성은 사회보험 가입에서부터 기본적으로 차별, 배제되고 있다.

불완전 취업자·전업 주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 ‘임의 가입’제도는 그 공제비를 전액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이중부담까지 지우개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고용주와 공동부담 및 정부보조가 제안되고 있다.

여연 복지위원회 조영숙간사는 “취업여성의 경우 실질적으로 일시 퇴직·결혼으로 인한 계속적인 비취업상태에 머물 상황이 예측되므로 노령연금을 위한 ‘연금최소가입연수’인 15년 을 하향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육아 휴직기간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음에도 ‘원천공제납부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기간 중 공제비를 납부할 수 없는 여성에게 연금 수급이 사실상 무효화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업 주부의 경우 독자적 연금 수급권을 획득할 수 없는 제도 때문에 이혼시 연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에 대한 법제적 요구는 이미 민법상 여성의 가사노동의 기여도를 인정한 바탕에서 ‘연금분할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98년 7월부터 경제력이 없는 전업주부(남편)에게 배우자 연금의 일정부분에 대한 수급권을 인정하는 ‘배우자 연금수급권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여연은 보고서 제출 이후 감시 모니터링 등 민간기구로서 압력을 행사해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방침이다.

국민연금관리위원회에서 여성의 불이익을 대변할 여성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제도개션을 위한 민간단체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 의의성이 크다.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현행 법령체제안에서의 사회보장제도 역시 성별분업을 고착화하는 근거가 되며 그 적용에 있어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인구 및 그 구조,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의 경제활동 주기 등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제도적인 기반이 갖춰 지지 않은 현실에서 상대적 평등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는 그 근본위지와는 다르게 어느 한쪽 성에 불리하게 작동될 요인을 안고 있다.

따라서 현행 국민연금법에서 말하는 ‘국민의 노령·발병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1조)’취지의 효과적 발현을 고려할 때 여연이 이번 ‘노후를 위한 기초연금제, 평등을 위한 연금분할제 도입’을 촉구하는 건의문에서 밝힌 모든 국민의 ‘당연가입’을 위한 기초연금제로의 장기적인 개선방안을 주목할 만하다.

연금제도의 적용이 남성위주의 노동시장을 전제로 하는 법태도 전반의 인식 전환과 아울러 탄력적인 기초연금제 도입이 절실한 때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