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음악의 해체’·‘고통의 현상’

한국기호학회와 본교 기호학 연구소 공동주최 월례발표회가 29일(토) 인문대 교수연구관 111호에서 열렸다.

이번 발표회는 ‘소리와 음악의 해체’를 주제로 한 서우석교수(서울대 작곡과)의 발표 및 강영안교수(서강대 철학과)의 ‘고통의 형상’발표로 진행됐다.

물리적 개념인 진동과 소리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서교수는 공기의 진동이 소리라는 감각적 질로 바뀌는 과정은 바로 ‘사과’라는 말소리가 기호적으로 각인 돼 먹을 수 있는 의미로서의 ‘사과’로 바뀌는 것과 비견되는 놀라운 변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즉 일상인에게 이상적인 소리라고 불리우는 음악 세계 역시 그 뒤편 근원에는 아무런 욕망·의식의 대상의 되지 못하는 단순한 흔들림인 진동만이 있으며 이는 현상일 뿐이지 실체가 되지 못한다.

음악의 악보 역시 지시적 기호라는 데 리다의 설명을 빌며 서교수는 지시적 지호(직접 연주를 하고 나서야 구별되는)가표현적 기호(악보만 보고서도 곡을 이해하는)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음악에서의 ‘나’의 죽음, 곧 악기의 실제 연주가 없을 때에도 그 악보가 재현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리와 음악의 해채에 관해 서교수는 음악의 구조는 언어의 구조처럼 계층적으로 구성돼 있고, 해체는 구조 그물망이 완결된 지점의 논리적 매듭을 풀어 재구성함을 일컫는다.

이러한 해체는 음악사적으로 두번 이뤄졌는데 단선율 음악에서 다성음악으로 옮겨지는 11세기, 조성음악에서 비조성음악이 나타난 20세기 초반이다.

서교수는 이들의 과정을 살펴볼 때 해체적 작업이 숨겨져 있으며 이후 음악적 공간의 철저한 해체는 예술개념의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어 ‘고통의 현상’을 발표한 강영안 교수는 박완서의「한 말씀만 하소서」를 중심으로 고통이 어떤 현상인가를 보이고자 했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상황에서 박완서의 고통에 대한 반응을 바탕으로 고통의 경험이란 해방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전혀 가질 수 없는 순간의 지속으로 나타난다고 강교수는 말했다.

철학자 레나비스의 묘사에 따르면 이는 삶의 주도권을 상실했을 때 찾아오는 완전한 수동성에서 고통이 기인되며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고통 현상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통의 현상학은 그로부터 해방 될 수 없는 ‘탈출구 없는 존재’라는 존재자체의 부조리성에서 기인된다.

강교수는 박완서의 소설에서 보여지는 고통의 기록은 하느님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를 읽을 수 있게 하며, 고통의 원인 및 현상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해소지점을 주인공이 자기중심적 세계가 아닌 타인의 발견을 통해 역설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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