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연구에 힘써 온 박승희 교수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장애인 연구에 힘써 온 박승희 교수 김지원 사진기자

 

박승희 특수교육과 교수

1981년 2월 본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9월 본교 특수교육과 교수로 부임했다. 미국 시라큐스(Syracuse) 대학에서 지적장애, 특수교육학, 장애학을 공부하며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적장애, 통합교육, 발달장애인 교육과정과 교수법, 지원고용 및 장애학 관련
주제를 연구했다. 2001년에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인 지역 사회생활 아카데미’(E-ACOLA)를 본교 평생교육원에서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발달장애인 지원고용’을 국내 대학 최초로 본교에 개시했다. 2013년에는 ‘장애와 사회’를 통해 대학 최초로 장애학 교양 과목을 개설했다. 미국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학회(AAIDD)의 학술지 편집위원과 한국특수교육학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 조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30년간 묵묵히 연구에 힘쓰며 조용한 혁명을 이끌어 온 이가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최초’의 불씨를 틔운 박승희 교수(특수교육과)다. 

박 교수와 특수교육의 첫 만남은 그가 학부생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교육학과로 본교에 입학한 그는 부전공으로 특수교육학을 선택했다. 구체적인 것을 특히  좋아하던 그였기에 원론적이고 거시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교육학보다 특수교육학에 더 마음을 뺏겼다. 

“인간 연대의 디테일이나 구체성을 좋아하던 내게 특수교육은 그 무엇보다 한 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학문으로 다가왔어요.” 

1991년 미국에서 특수교육학 박사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는 한국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기초한 장애 인식에 좌절을 느꼈다. “조금만 지원해도 바로 개선될 수 있는 장애인의 구체적 문제들이 눈에 보였지요. 무거운 ‘출입문만’ 함께 열어드리면 그 다음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인식과 교육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장애인 연구에 힘써 온 박승희 교수 <strong>김지원 사진기자
장애인 연구에 힘써 온 박승희 교수 김지원 사진기자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생활 아카데미, ‘E-ACOLA(Ewha Academy for Community Living of Adults with Developmental Disabilities)’다.  2001년 그는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대학기반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발달장애인들이 고등학교까지의 교육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성년기 발달장애인을 위한 이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꾸준히 이어지던 중 코로나19로 약 2년의 휴식기를 맞았지만, 하반기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아카데미가 20년 동안이나 운영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껏 강사료를 받지 않았지만 수강생들의 열렬한 성원에 그는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박 교수는 20년 간 학기 중 토요일을 모두 E-ACOLA에 바쳤다. 

박 교수는 E-ACOLA의 인기를 입증하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 번은 아카데미 수업을 좋아하던 한 학생이 12월에 프로그램이 끝나자 집에서 3월이 언제 오냐며 1,2월달 달력을 뜯어버린 적이 있어요.   아카데미가 다시 열리는 3월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거죠.” 아카데미를 향한 수강생들의 뜨거운 열정은 그가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E-ACOLA의 수강생들은 수업을 통해 주체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법을 배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표현하는 방법부터 경제 생활, SNS 예절, 키오스크 사용법, 경조사 예절, 자기옹호 기술까지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및 태도를 학습한다. 또 수강생들은 성인기 실생활을 위해 필요한 내용뿐만 아니라 댄스, 사진 촬영, 합창, 뜨개질 같은 취미 활동을 배우기도 한다.  

박 교수는 E-ACOLA 프로그램이 수강생들에게 특히 더 효과적이었던 이유로 대부분의 활동이 대학 캠퍼스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꼽았다. 본교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듣기 위해 수강생들은 매주 교정을 드나들곤 했다. 그는 “대학교라는 환경이 갖고 있는 장점은 그 어떤 장애인복지관이라도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대학은 통합 환경이고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굉장히 가치 있는 공간이에요. 발달장애인들은 이 곳에서 비장애인 동료 집단을 만날 수 있고 가치 있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아존중감을 기를 수 있는 것이죠.” 

박 교수는 “발달장애인들이 보다 ‘품위 있는 삶’을 살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 정도가 심했던 학생들이 교육을 받으며 환하게 바뀌고, 능력이 향상되고, 삶이 변화하는 게 보일 때 큰 기쁨을 느껴요. 또 한 학생이 변하면 그의 가족들의 삶까지 변하게 되는데, 이 모습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본교가 국내 대학들 중 최초로 발달장애인 계약직원을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하는 것을 이끌었다. 본교의 발달장애인 지원고용은 국내 발달장애인 지원 고용의 효시가 돼 이후 국회와 다른 대학들의 지원고용을 촉진하는 불씨로 작용했다. 

또 박 교수는 10년째 ‘장애와 사회’ 교양 과목을 이끌어오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 과목에서 장애학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그에게 ‘장애를 이해하는 것’은 곧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해당 수업을 통해 자신의 강점 뿐 아니라 취약한 면을 수용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여유와 생각의 틀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제 모습대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포부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애는 한 사람을 구성하는 여러 특성 중 하나일 뿐이에요. 사람은 모두 다르고 각자의 독자성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이 사회 모든 구성원 개개인의 인권과 인격, 나아가 고유한 다양성과 기여가 제각기의 형태로 존중받고 환영받는 세상이 되는데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리는 변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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